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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아..사람아.

꼭지야..꼭지야!!!

 

 

하늘아래 첫 동네

우리 살던 동네 위에는 더 이상 마을이 없는 맨 위 꼭대기 마을 해발 500m라던가?

아무리 더운 여름이라도 냇물에 발 오래 담그지 못할 정도로 시린 물이 흘렀고

밤에도 문을 열어 놓고 자지 못할 정도로 기온차가 심했던 마을

고향동네에는 여섯 개의 크고 작은 연못이 있었는데

여름이면 여기가 놀이터였다

누가 그르쳐주지 않아도 헤엄 스스로 배웠으니깐.

내 단짝 친구는 “꼭지”

팔 남매의 셋째 딸

4대 독자 아버지가 아들 낳으려 줄줄이 낳은 딸들, 결국엔 일곱째가 아들이었다.


그해 여름

울며불며 따라 나선 꼭지네 여섯째 “식이”를 데리고 셋은 못에서 물놀이를 했었다

네다섯 살이던가? 식이는 배꼽쟁이라 불렀다.

지금 생각하니 탈장해서 배꼽이 아기 주먹만하게 튀어 나온거였다..

그 어린 식이에게 물가에서 놀겠다, 단단히 약속을 하고서

둘은 정신없이 놀았다

잠수도하고..다이빙도 하고..그때는 우리도 어린나이였으니 놀기에 정신이 팔렸었다.

그런데..어느 순간 보니

식이가 보이질 않는거였다.

다만 못에서 거품만 뽀글뽀글 올라오고.

헉..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달려갔었고

꼭지는 못 둑에 서서 엉엉 울었고

난 무작정 연못에 뛰어 들었다.

잠수해서 식이를 찾았고

옷을 잡고 물 밖으로 끌고 나왔었다

물속에서 식이가 엄청 가벼웠다는 기억이 지금도 난다.

억새밭에 식이를 누이고보니

배가 올챙이배 같이 불록하고

안 그래도 튀어나온 배꼽이 더 붉어져 나와 있었다.

배를 누르니 물이 코에서 입에서 솓아져 나왔고

얼마나 그랬는지 기억도 안 나도록 많은 시간이 흘렀고

더디어 식이가 엉엉 울었다

“휴~” 

어찌나 반가운지.ㅎㅎ

집으로 돌아오면서 ‘오늘일 절대 말하지 마라. 말 하면 다시는 안 데리고 다닌다‘..

꼭지와 나의 서슬 퍼런 으름장에 연신 고개만 끄덕이던 식이...


봄바람이 살랑살랑 불어오니

오래전 이야기가 봄바람타고 떠오른다.

꼭지는 잘 살고 있는지... 식이의 배꼽은 어찌되었는지? 시집은 갔겠지?

부모님 낳으시고,

대자연이 키운 산골아이들...

오늘은 고향친구가 무척 그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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