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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아..사람아.

헌책방

 

 

 

 

 

 

 

 

 

 

 

 

 세상에서 한 발짝 물러선 느낌
급변하는 세월의 흐름 속에 멈춘 시계같이 어느 한 시절에서 멈춘 시간
헌책방을 처음 찾았을 때 느낌이었다

 

함께 간 친구랑은 언젠가 일면식이 있다는 헌책방 주인아저씨를 찾아
골목을 헤매다 찾은 곳은
그 흔한 간판도 없고 종이에 적힌"헌책방"
문앞에서 주인아저씨가 더욱 궁금해지는 건 이 종이 간판 때문인가?
문을 여는 순간 아찔함
지하로 연결된 계단과 좁은 복도
순간 "서대문 형무소"가 연상되었다
복도 끝에 자리한 서점 문을 여는 순간
묵은 책 냄새와 습한 기운이 먼저 달려든다


실내는 불이 꺼져있고..
인기척에 놀란 주인아저씨 작은방에서 나오시며 서둘러 불을 켜시고
오래된 카세트에 음악을 틀어주시고는 한지를 바른 원탁에
놓인 차를 권한다.
대화의 반은 "허~허~" 웃음으로 그러나 그 진중한 한 마디 한 마디는 끝을 알 수 없는 지식의 바다임을.

 

까만 피부 사슴 눈을 닮아 검고 맑은 눈빛
가족들은 부산에 있다면서
차비가 벌어지면 가끔 가신 단단
'어떻게 살까'
멈춘 시간 속에 머무는 아저씨의 가족들이 사뭇 궁금해지고
그 살아가는 형편이 궁금해지는 걸 보니
나도 별수 없는 한 가정의 엄마이며 아내인가보다

당근을 깎아주시며 맑게 웃으시니 참 밉지가 않네

 

이 약삭빠른 세월에 답답하리만치
세상과 타협하지 않는 아저씨 지친 내 마음 쉬어가기에 이만한 장소가 또 있을까?
한여름에도 냉기가 흐르는 헌책방에 오늘은 그곳에 가고 싶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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