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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아..사람아.

옛날이야기

 

 

 4살 위인 오빠는 해마다 겨울이 되면

스케이트랑, 가오리연, 팽이를 올망졸망 동생들에게 만들어 주곤 했었다.

오빠는 뭐든 뚝딱 잘도 만들었었다

마술사같이.


그일이 일어난건 아마 초등학교 2학년때로 기억된다.

그날도 친구 다섯명이 스케이트를 탔고

실컷 놀다보니 옷도 다 젖었고 신발이며,양말도 흠뻑 젖어있었다. 

발도시리고..추워서

누군지는 기억이 안 나는데

집으로 달려가서는 성냥(아리랑 성냥)을 가져왔다.

논에 흩어진 볏짚을 모아 불을 지폈고

신나게 불장난 했었지. 

 

어느 순간 불이 논둑으로 옮겨 붙더니 삽시간에 산으로..

동네 어른들 달려오시고, 겁먹은 우리는 도망을 쳤는데

난 울면서 집으로~~

할머니께 울면서 산에 불이 옮겨붙은 이야기를 했었다.

울 할매 치마폭에 숨어서.ㅎㅎ

할머니는 방으로 나를 데리고 가시더니

한 숨 자라고. 어찌나 따뜻하던지 ...

 

시간은 흘렀고

잠결에 아버지의 성난 목소리 들렸고

영원한 바람막이 할매의 바람막이가 시작되었다

“애비야 지도 많이 놀랐는가보더라 큰 일 낸 사람 야단치면 못쓴다.

아들 키우다보면 한 번씩 일내면서 커잖아...애비야 참아야지 우짜겠노.

에미야 얼른 술상차려라...“

이런 이야기인걸로 생각난다.

그날의  형제들의 걱정 어린 시선과 할머니의 따뜻한 품.

해마다 겨울만되면 그립다.


참 많이도 추웠고

얼음은 이듬해 삼월까지 얼었었고

난 사계절 내내 뭐가 그렇게도 재미나던지

집에 있었던 기억이 없을 정도다.


겨울이오고 얼음 얼면 난 그때 사건이 슬며시 떠오른다.

하루도 안 볼수 없었던 불탄 산 

그산에 새로운 나무가 자라고 무성해질때까지 미안했던 산.지금도 그자리에 우뚝,

그 이쁜 산 하나를 홀랑 다 태워먹었던...

그 옛날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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