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꽃 사진 한 장...
저 사진 뒤에 단발머리 계집아이 얼굴이 스쳐 지나간다.
여름 땡볕에 검게 익었던 얼굴색이 점차 제 모습으로 돌아올 때쯤이면
산과 들은 총천연색 옷으로 갈아입고는 자태를 뽐냈었지
그도 잠시...
산골의 가을은 짧기만 하고
어느새 빈가지와 수북이 쌓인 낙엽들..
학교길 낙엽은 내 무릎까지 덮을 정도로 많이 쌓였고
낙엽 더미 속에 해지는 줄 모르고 놀던 친구들
어둠이 내리고 종종걸음으로 집으로 돌아오던 길.
앙상한 참꽃 가지에서 홀로 핀 한 송이.
가슴은 “쿵” 소리를 냈었지.
아무도 몰래 발견한 보물 ..그래 그건 분명히 내겐 보물이었어.
큰 비밀을 간직한 채 아무도 몰래 보고 또 봤던 꽃.
친구들 앞세워 가고, 홀로 가만히 만져본 참꽃의 파리한 느낌은
아직도 내 기억속에 생생한데
어느 듯 불혹의 언덕에 올라서서 우연히 발견한 사진 한 장에
몰래 간직한 추억 한 자락을 펼치고있네.
입동 날 오후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