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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꽃 모음

배고픈 꽃 단상

 

 

 

배고픈 꽃...


너를 보지 않고
내 어찌 봄을 만났다 말할까?
나의 1년은 너를 만나는 날부터 시작임을 이제야 알았다.
매화 장미 국화..이름 앞에 예쁜 향기 앞세운 꽃들도 얼마나 많은가?
후리지야, 노루귀, 바람꽃...이름 앞에 봄을 달고 피는 꽃은 또 얼마나 많은가?
그런데 내겐 너가 꽃 중의 꽃이라 여겨진다.


토요일 벚꽃이 가랑비에 젖어 흐느끼는 날
토함산 동리목월 문학관 앞에서 너를 보는 순간
내 가슴엔 가슴 뭉클한 울혈이 맺혔다
가슴 뭉클함이란 어떤 것인가?
차고 단단하게 얼었던 내 심장을 뜨겁게 움직였다는 것이다
너가
예뻐서도 아니고,향기는 더더욱 아닌 걸 너도 잘 알거야
그런데 너를 보면 가슴이 방아를 찧는다
왜?
순박하고, 있는듯 없는듯
누가 보면 어떻고 아니면 어떤가 그저 피고지고
그러다 배고픈 소녀 주린 배를 채울 수 도 없지만 기꺼이 나서는 모습이 하도 사랑스러워서
또,
내 동심이 너로인해 더욱 풍족해졌다는 사실이다
너의 모습에는 코흘리개 시절 산천을 청노루같이 뛰어다니던 내 동무들
고향에 흐르던 또랑물 소리
그리고 고향냄새 가득 실은 바람
풀밭에 누워서 멀미 나도록 올려다 본 구름이 있기 때문이다.

벚꽃처럼 큰 키로 자라 사람들 이목을 잡을 줄도 모르지만
너를 보며 내 여린 꿈을 키우고, 살아가는 눈을 떴으니 내겐 그 무엇보다 소중한 꽃이란다.

이만하면 내가 너를 만나 울혈이 맺힐 충분한 이유가 되겠니?

 

내 꽃 배고픈 꽃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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