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생각하기(숨은 글찾기)

에스프레소

 

꿈결에 쏴아~~ 소나기 내리는 소리

자면서 들리는 기분 좋은 소리에 "음~ 4시구나..."

시계도 보지도 않고 무슨 근거로 단정을 지었는지 ㅎㅎ

순 엉터리지만 그래도 잠결에 들리는 소나기 소리에 나도 모르게 미소를 짓는다

관찰 카메라가 있었다면 최근에 가장 행복한 미소가 아니였을까 생각드는데

그런데..그런데

나도 모르게 "에스프레소 마시고 싶다" 중얼거려지더라는

이상하지 꿈을 꾼거도 아닌데 소나기 소리듣고 에스프레소가 급 땡기더라니

커피중에 가장 싸고 가장 진하고 가장 독한 

어느해 커피집에 가면 에스프레소만 찾아 마셨었다

찐득하고 독하게 쓰고 그리고 짙다못해 자극적이며 여운이 10분? 20분??오래가는 

그러면서 짙은 브라운에 황금빛이 도는 크레마의 약간의 부드러움과 이 모든것을 감싸주는 아주 매력적이며

나의 미각이 온통 집중되는 에스프레소

하지만 안 마신지 몇 년이된 듯한데

스스로 새벽 4시라 단정 지은 이시간 잠결에 왜??


어제 저녁 9시쯤 근무를 하는데 언니가 전화와서는 아주 기운없는 목소리로

"오늘 형부 제사다..." 그러고는 우리 둘다 침묵

"벌써 10년이네 " 간단하게 상을 차리고 아이들과 예배 본단다.

전화를 끊고 멍해졌다

그날 비가 부슬부슬 내리던 날 형부가 가셨다

오랜 투병으로 알아 보지 못할 정도로 야윈모습으로

'쌀밥에 고기 한번 먹었으면...'

그 소원 이루지도 못하고서

젊은 나이에 혼자가 된 언니가 측은하고 형부가 밉고 애들이 불쌍하고

그때 고3, 중3이었던 아이들 어느새 장성을 했는데

형부 가시기 한달 전인가 집 초인종이 울리길래 나가봤더니 형부가 서 계셨다

평소 좋아 하시던 커피  앞에 두고 머뭇거리며 하신 말씀

"처제가 하도 보고싶어서 왔다..."

깊어가는 병세 때문에 제대로 드시지도 못한다 들었는데 부쩍 야윈모습을 보니 가슴이 먹먹한데

나를 부르시지 그 몸으로 서울에서 경주까지

식사하시고 주무시고가란 말을 뒤로하고 커피 한잔 비우고는 서둘러 가신 형부

그게 살아생전 마지막 형부 모습이다

억지로라도 밥 한끼 대접할걸  때늦은 후회가되고

지금도.


이제야 새벽에 생각난 에스프레소가 이해가 되네

지금도 비가 부슬부슬 내린다

언제 서울가면 형부 한번 찾아봐야겠다

잘 계시죠?







'생각하기(숨은 글찾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설날  (1) 2021.02.13
내 꿈은  (0) 2017.06.01
  (0) 2017.01.11
울엄마  (0) 2016.09.28
산책하며  (0) 2015.01.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