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전 퇴근해서 보니까 베란다 방충망에 매미 한마리가 울집을 들여다 보고있었다
언제부터 있었는지 모르지만 울지도 않고 내가 다가 갔는데도 꼼짝도 않네
서둘러 샤워를 마치고 보니까 그자리 그대로 완전 얼음땡 ㅎㅎ
울집에 뭐 볼게 있나?
지금부터 너랑 놀자 싶어 맥주 한캔을 들고 베란다에 앉았다
매미랑 마주 보면서 ㅎㅎ
여름날 시원한 맥주 한잔은 최고의 휴식이고 위로가 되는데 그기에다 매미랑 함께?? 그래서 인지 더 시원하게 느껴지네
밤이 되고 어두워도 녀석 꼼짝을 않는다
그러다가 한번인가 울었었다 말매미 울음소리 참매미였으면 더 좋았겠지만 이 여름에 방충망에 붙어 고생이다 싶어 안쓰럽기도하다
다음날 아침에도 여전히 그 자리에 그대로
서둘러 출근하고 퇴근해서 보니 아직도 그대로 있다
베란다에서 빨래를 해도 청소기를 돌려도 요지부동
혹시 죽었나? 싶어도 간간이 살이 있노라 노래인지 우는 건지 소리를 내니 그 걱정은 사라졌는데
이틀째 그 대로 있으니 혹시 이 더위에 탈수가 되지는 않을지 배는 또 얼마나 고플지 슬슬 걱정이 되는데
뭘 주고 싶어도 줄 방법이 없네 남 모르게 애만 타는데 그런 내 맘 아는지 모르는지 꼼짝을 않는데 에고~~
3일째 퇴근해서 보니까 아직도 그 자리에 있다
인내력 이만하면 타의 추종을 불허하지 않은가?
갑자기 존경스럽기까지 하더라는
방충만 움켜잡고 있는 다리는 얼마나 아플꼬?
무슨 수행하는 수도승도 아니고 웬 고생이냐 싶다
저러다가 더위 먹지 ..
베란다 앉았는데 녀석도 나를 보는지
매미 눈에는 내가 괴물로 보이지 싶다 ㅎㅎ
덩치는 산만하고 보였다 안 보였다하고 생긴건 얼마나 희안할꼬? ㅎㅎ
오만가지 생각을하고 앉았는데 외출 다녀 온 아들녀석이 다가 오더니
'아직도 있네" 그러더니 손가락으로 방충망을 톡 쳤는데
휙 날아가는게 아닌가 ㅎㅎ
힘차게 아무 일없었다는 듯이
날아가는 모습을 보니 생생하네 한마디로 살아있네 ㅎㅎ
며칠을 꼼짝않고 친구가 되어준 매미 지금은 어디서 무얼하고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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