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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경

주인공 없는 생일상

 

 

 

 

양력 12월 18일
음력 11월 6일
아침부터 부엌에서 부산하다.
미역을 불리고 생선을 굽고

나물을 무쳐내고...
강낭콩과 팥을 넣고 밥을하고..
차려낸 생일상
그러나 주인공은 없다.


얼마 전 먼 길 가신 시어머님 생신 음력 11월 6일
대한민국 육군 일병 아들 생일  양력 12월 18일

같은 생일을 맞이한 두 사람.
긴 침묵 속에 향기로운 미역국을 한 수저 먹던 남편 눈가에 이슬이 맺힌다.
20여 년간 한번도 빠지지 않고 끓였던 어머님 생신 미역국
그 맛이 고스란히 담긴 국그릇을 보니 목이 메어서...
헛기침 몇 번 하더니
"오늘 국은 더 깊고 진하네.." 한마디 한다.


아직도 방문을 열면 어머님 냄새가 풍겨 오는데
이젠 그 자리에 안 계신다.
그리고 긴 그리움과 큰 아픔을 남기고 가셨다.
다시는 못 오실 길을.

 

아들
입대해서 처음으로 맞이한 생일
밥은 잘 먹는지..
바람이 차가운데 춥지는 않은지.

 

주인공 없는 생일상 앞에 경건한고 고요한 침묵이 흐른다.

이렇게 가슴 아픈 생일이 또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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