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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경

엄마의 포도

 

 

 

 

 

 

 

 

 

“가마에서 내리는데 동네가 훤 하더라

네 엄마는 잘 익은 복숭아 같았다..“

생전에 할머니께서 우리 오남매에게 전해주신 말씀은

지금도 귀에 생생한데

올해로 세상에 나신지 74년째

복숭아같던 얼굴엔 어느새 밭고랑같은 주름이 차지하고

작은키 더 작아지신 엄마

가난한 산골에 시집 오셔서 홀시어머니 모시고

오남매 길러내신 내 엄마

목을 쥐어짜듯한 가뭄도 있었고

태풍보다 더 큰 태풍도 있었고

꽃피던 시절도 있었던 엄마는

그 쭈글한 손으로 저 포도를 탱탱하게 길러 내셨다.

얼마나 위대하고 사랑스러운 손인지.

“내 새끼 먹이고 싶었다...”

내 엄마의 그 한마디가 세상에서 얻은 피로 다 녹여준다

너무나 따뜻하고 포근해서

푹 잘 잔듯 개운하고 마음이 화창하다

내게 엄마가 계셔서 감사하고

아직도 저렇게 생명을 길러낼 수 있다는 게 얼마나 큰 복인지

하루하루 감사하고 소중하다

난 다정한 자식도 아닌데..

엄마가 주신 포도의 향기 달콤하기도 하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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