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근길 나도 모르게 발길이 닿은 경주문화원 뜰
대문에 들어서자마자 나를 확 이끄는 힘
어찌보면 분재같고 어찌보면 바위에서 자란 화초같은 샛노란 꽃나무
나이가 무려 300년을 추정한다는 산수유 작은 몸
굽이굽이 넘었을 치열한 삶의흔적 말없이 보여주며
멋지게도 피었습니다.
저 힘이 나를 이끌었나봐요.
차가운 봄비 촉촉한 날 옹이지고 갈라진 300년 전의 몸에서
숭고한 노란 꽃이 핍니다.
누가 저 노구를 깨웠을까요?
자잘한 노란 꽃술마다 봄비의 손길이 닿아 가슴 뭉클하게도 꽃송이를 마구마구 깨웠나 봐요.
대단한 자연의 합작품이겠지요.
하지만 저 꽃을 깨우는데 일조를 한 또 하나의 요소가 있었겠지요.
바로 겨울
그 깊은 겨울날 꽃을 품은 나무는 아기를 잉태한 모정처럼 강한 힘으로 견뎌냈을 테지요.
내가 모르는 사이에 제 할 일을 묵묵히 한 나무가 경이롭기 한이 없습니다.
늘 움츠리던 가슴을 나도 모르게 활짝 펴봅니다.
조선시대 어느 사또가 노란 꽃을 사랑하여 뜰에 한포기 심었을까요?
고맙게도 일제강점기 박물관이었을 때도 저 나무는 살아주었고
현재 신라문화원이 된 마당에서도 노란 꽃 바글바글 피어내고
가을이면 탐스런 붉은 열매로 새들의 주린 배를 채워주니
그 보다 숭고한 일이 또 있을지요.
봄이라지요?
삼월의 끝을 향해 달려가는 시간속에 만난 산수유 노란 빛은 황홀함 그 자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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