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풍경

경주문화원 산수유

 

 

 

 

 

 

 

 

 

 

 

 

퇴근길 나도 모르게 발길이 닿은 경주문화원 뜰

대문에 들어서자마자 나를 확 이끄는 힘

어찌보면 분재같고 어찌보면 바위에서 자란 화초같은 샛노란 꽃나무

나이가 무려 300년을 추정한다는 산수유 작은 몸

굽이굽이 넘었을 치열한 삶의흔적 말없이 보여주며

멋지게도 피었습니다.

저 힘이 나를 이끌었나봐요.

 

차가운 봄비 촉촉한 날 옹이지고 갈라진 300년 전의 몸에서

숭고한 노란 꽃이 핍니다.

누가 저 노구를 깨웠을까요?

자잘한 노란 꽃술마다 봄비의 손길이 닿아 가슴 뭉클하게도 꽃송이를 마구마구 깨웠나 봐요.

대단한 자연의 합작품이겠지요.

하지만 저 꽃을 깨우는데 일조를 한 또 하나의 요소가 있었겠지요.

바로 겨울

그 깊은 겨울날 꽃을 품은 나무는 아기를 잉태한 모정처럼 강한 힘으로 견뎌냈을 테지요.

내가 모르는 사이에 제 할 일을 묵묵히 한 나무가 경이롭기 한이 없습니다.

늘 움츠리던 가슴을 나도 모르게 활짝 펴봅니다.

 

조선시대 어느 사또가 노란 꽃을 사랑하여 뜰에 한포기 심었을까요?

고맙게도 일제강점기 박물관이었을 때도 저 나무는 살아주었고

현재 신라문화원이 된 마당에서도 노란 꽃 바글바글 피어내고

가을이면 탐스런 붉은 열매로 새들의 주린 배를 채워주니

그 보다 숭고한 일이 또 있을지요.

 

봄이라지요?

삼월의 끝을 향해 달려가는 시간속에 만난 산수유 노란 빛은 황홀함 그 자체입니다.




'풍경' 카테고리의 다른 글

엄마의 포도  (0) 2012.08.31
출근길에 만난 대릉원의 봄  (0) 2012.04.06
죽동역 취재동행.  (0) 2012.03.15
송년야유회및 단합대회 경주남산.  (0) 2011.11.30
도서관 가는 길  (0) 2011.11.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