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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와 꽃 이야기

초화화

 

 

 

 

 

 

촘촘한 방충망 바람이 겨우들고, 햇빛이 겨우 헤집고 들어오고.

 

"초화화"

 

기다란 꽃대 끝에 도도한 한송이.

 

 

 

여름방학을 하면 산골 아이들은 햇살에 익어
얼굴은 옅은 갈색에서 점점 짙은 갈색으로 익어갔다.
종일 땀에 절여 끈적해도 졸졸 흐르는 개울에 멱감고 나면 어느새 상큼한 바람이 몸속 깊숙이 파고들었다 .
실컷 먹을 감고 몸을 말리고 나면 또다시 장난감을 찾는 아이들
잠자리 잡기는 그중에 빼먹지 못할 만큼 매력적이었다 .
그 흔한 잠자리채 하나 없어도 주변에서 바로 만들어 이용했으니
만드는 방법은 정말 간단하다 .
싸리나무 가지 또는 주변의 잘 뻗은 나무를 꺾어 가지를 V자가 되게 남겨두고 모두 잘라낸 후
왕거미 줄을 나뭇가지에 돌 돌 말아주면 끝이다 .
거미줄 감은 나뭇가지를 들고 잠자리를 잡는데
특히 냇가에 많았던 실잠자리를 많이 잡았었는데
가늘란 몸매에 민첩한 날갯짓 그리고 검은색과 초록이 어울린 멋진 몸 색
햇살이 비치면 검은빛 무지개 같았다.
우리 동네에서는 이 잠자리를 "비단 잠자리"라 불렀는데 나중에 정확한 이름이 실잠자리인 걸 알았다.
뙤약볕에 가을이 다가오는 줄도 모르고 산으로 들로 뛰어다니던 아이
이젠 이렇게 그 시절을 생각하며 딱 한 번만이라도 그렇게 놀고 싶은 마음으로 이렇게 주저리 주저리~~

 
낮 동안 빈집인 우리 집
며칠 전 울산에서 보내온 다육이들
한밤에 정리하고 또는 심고....

 그 중에 한녀석 "초화화"는 그렇게 나랑 처음으로 만났다

희안한 이름도 다 있네 속으로 생각하며 말이다.

오늘 보니 까슬한 가을볕에 녀석 가느린 긴목끝에 도도한 몇 송이 꽃을 피우고 있었다.
"맙소사"
같이 놀아줄 사람 하나 없는 집에서 혼자 피고는 얼마나 쓸쓸했을까?
오늘은 출근도 하기 싫고 그냥 집에서
저 녀석들이랑 놀고 싶어라.
어린 날 꽁무니 쫓아다니던 비단 잠자리같이 가냘픈 꽃

초화화꽃을 본 순간 잊고있었던 비단잠자리가 생각나더라,
촘촘한 방충망 사이로 바람과 햇살이 들어
오래 머물지도 않으면서 녀석의 마음을 얼마나 흔들어놓았을까?

녀석은 혼자서 얼마나 심심했을꼬?

오늘은 개학을 앞둔 아이처럼 출근하기 정말싫어라

그냥 맘 푹놓고 종일 녀석만 바라보며 놀고싶구나.

 


      

       하늘에서 온 편지/네잎클로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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