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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와 꽃 이야기

원추리

 

 

 

 

맑은 바람 덕분에
샤워를 한 듯 개운한 마음으로 산책을 나섰다가
우연히 만난 꽃
이른봄 산에서 제일 먼저 만나는 나물이며
학교에서 돌아오는 길
배고픈 산골 아이들이 뿌리를 캐서
놀이 삼아 장난삼아 먹었던 꽃
여름날 노란 꽃이 피면 한가득 꺾어 꽃다발을 만들었던 꽃
콩알 같은 동글동글한 뿌리를 개울에 씻어 먹었던 기억이 나는데
망각을 한 듯 새로운 일들은 잘 잊고 실수도 많이 하는데
이상하게도 어린날 기억은 어디에 숨어 있다가 이렇게 불쑥 나타나는지
그저 신기할 따름이다
노란 원추리와 동자꽃 술패랭이 한데 모아 멋진 꽃다발을 만들고 놀았던 친구들
나처럼 중년의 아줌마가 되었겠네.

꽃같이 맑게 웃던 내 친구들.
원추리를 보면 내 생각도 할까?
"친구들아 우리끼리 가진 추억을 기억하는지?

저 원추리를 기억하는지?

길가에서 만난 한 송이 때문에 난 주저앉아
한동안 추억에 잠겼다.

 

 

원추리 / 신동엽

 

톡 톡

두드려 보았다.

 

숲속에서

자라난 꽃 대가리

 

맑은 아침

오래도

마셨으리
                              

비단 자락 밑에

살 냄새야,

 

톡 톡

투드리면

먼 상고(上古)까장 울린다.

 

춤추던 사람이여

토장국 냄새

 

이슬 먹은 세월이여

보리타작 소리

 

톡 톡

두드려 보았다.

 

삼한(三韓)적

맑은 대가리

 

산 가시내

사랑,다

보았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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