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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와 꽃 이야기

작약

 

 

 

 

 

 

 

 

 

첨성대 앞 작약꽃밭에 섰다
그리 넓지도 그리 좁지도 않은 밭에는
봉우리부터 지고 씨방을 만든 꽃까지 계층별로 모여 한밭을 이루었다.


나는 산골에서 태어나고 자랐다
어릴 때는 그렇게 커 보이던 동네가 그야말로 손바닥만 한 게

저 작은 동네에서 아이부터 노인까지 살았다 눈앞에 작약꽃밭처럼
천수답이 대부분이고 산에 비스듬하게 자리한 자갈밭도
고맙다던 내 부모님은 여덟 명이나 되는 큰 가족을 먹이고 입히고
얼마나 힘들었을까?
나는 둘도 벅찬 데 말이다.
그래서인지 아버지는 약초를 많이 재배하셨는데
그중에 작약도 있었다.


밭을 갈고 땅을 파서는 구들장처럼 넓은 돌을 묻고는 그 위에 작약 뿌리를 심었다.
땅속으로 깊이 뿌리를 내리면 캐기도 힘들거니와 상품가치도 떨어진다는 이유에서였다.
학교에서 돌아오면 돌을 밭에다 옮겨야 했는데 어찌나 무겁던지 우리가족 몇 날을 밭에서 땀을 흘렸는지.
더디어 작약이 돋아나고 쑥쑥 자라 꽃을 피웠는데 밭 근처에만 가도 향기가 진동을 했고,
저 멀리서도 그 화려함은 입이 딱 벌어질 정도였다.
동네 사람들 저마다 한마디씩 했고
관심 받는 우리 밭이 자랑스럽기까지 했다.
2년을 키웠던가? 3년을 키웠던가?
그 해수는 생각나지 않은데 작약이 캐지고 뿌리가 무더기로 쌓였을때 그 허전함은 지금도 가슴이 공허할 정도이다.
아버지는 작약으로 큰 소득을 올리셨는지는 모르겠지만
다시는 심지를 않으신걸 보니 그리 탐탁하지는 않았나 보다.


손바닥처럼 작은 동네
내 젊은 아버지는 얼마나 고단했을까?
작약밭에 서니 땀 냄새 절은 젊은 내 아버지와 그 꽃밭이 눈에 선하다.

 

차 한 잔 마시기 전에

芍藥留春色     작약류춘색
軒前吐異香     헌전토이향
牡丹如在側     모란여재측
應愧百花王     응괴백화왕

작약은 봄빛을 붙잡고
마루 앞에서 기이한 향 토 하누나
모란이 곁에 있다면
모든 꽃 중의 왕이 된 것 부끄러워하리

 

 

 

(흐르는 곡|  Woman In Love .......... Dana Winne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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