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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와 꽃 이야기

꽃기린

 

 

  

 

 

보일러를 넣었는데도 왜 이렇게 한기가 느껴지는지
경칩도 지나고 우수도 지나고 봄이라 말해도 아무도 뭐라 안 하는데
난 자꾸 추워진다
빈자리 때문인가?
대학을 등록하고 방을 구하고 살림을 장만하고
그럴 때는 몰랐는데 너무나 허전하다.
아이가 남겨둔 자랄 때 모습의 물건들을 보니
녀석생각이 더 많이난다
이렇게 내가 한 아이를 키웠고 그리고 품을 떠나는가보다.
잘 키웠다 말 못하겠고
못 키웠다 말도 못하겠네.
스스로 살아갈 능력을 키우고 멋진 사회인이 되기를 기도해본다.

 

2년 전 직장 동료가 건네준 화분 하나
꽃기린은 그렇게 내게 다가왔는데
사무실에는 햇빛이 들지를 않았고
꽃은 기대도 하지 않았지만 이번 겨울 너무 웃자라버렸다
마치 요즘 아이들처럼
어제 퇴근하면서 집으로 가져왔는데
아침 햇살에 기절이라도 한 것인지 사들사들하다
내가 너무 무심했나?
저 햇빛은 분명 보약일 텐데 감당을 못하는구나
곁을 떠난 아들이 당당하게 세상을 살아갈 준비를 하듯이
꽃기린 너도 고운꽃 피우고 울울창창 번창하며 야무지게 살아내길 바란다
내일은 기운이 났으면 좋겠다.꽃기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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