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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경

늦가을 새벽 출근길에

 

 

새벽 출근길 반쪽이 된 달은 서산에서 기웃거리고
가로수 은행나무는 노란 옷 소복하게 벗어두었다
아직은 윤기가 흐르는 노란 은행잎. 

나무의 체온이 느껴지는 그 고운빛을 난 살짝 밟아도보고
바람에 쓸려가는 뒷 모습 바라보기도 하고
옷깃에 파고드는 새벽 추위도 잊은 체 한참을 은행잎과 놀았다.
달은 순식간에 빛을 잃고 동녘에 아침기운이 선홍빛으로 물든다.
그런데 난 저 아침빛이 왜 눈물나게 서러운지 모르겠다.
황금을 쏟아 부은듯한 참나무 낙엽이 수북하게 쌓여있던 초등학교 학교 가는 길은
바스락거리는 낙엽 밟는 소리와 친구들 웃음소리 덕분에 내내 활기로 가득했었고
해가 지는지  별이 떴는지 도무지 관심없이 낙엽에서 뒹굴고 뛰어다녔던 시절
정신을 차려 둘러보면 주위는 어둠에 싸였고 말갛게 뜬 달이 정수리를 비춰주던..
추운줄도 몰랐고 배고픈 줄도 몰랐다.
까까머리 머슴애와 단발머리 친구들과  황금빛 낙엽이 쌓인 오솔길이 있었고

하늘에 은하수가 흐르고 별과 달이 순항을 하던 고향 하늘은 어느 쪽이던가?

짧은 아침 출근길 노란 은행잎을 밟으며  고향의 늦은 가을의 서정이 가슴에서 뜨겁게 솟아오른다.

여명이 밝아오는 이 아침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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