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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경

살사리 꽃

 

 

 

 

 

 

 

 

 

 

 

 

 

 

 

살사리꽃은 언제봐도 사춘기 소녀 같다.

작은 바람에도 살랑살랑 흔들며 온몸으로 춤추는 모습은 사춘기 소녀의 부푼 가슴을 닮았다.

뭐든 다 해보고 싶고 호기심 많았던 시절

작은 물결에도 마음이 이리 쏠리고 저리 쏠리고. 

아지랑이 보며 꿈을 꾸었고, 가을 낙엽에 눈물짓고

내 사춘기의 꿈을 키우던 고향 동창천 뚝방길에 어른들 분홍 살라리 꽃 가득 심어두고

마법같이 나를 그곳으로 이끈 날

잊었다 여겼던 아니, 잊고 살았던 어린날 꿈이 감당하기 어려울 정도로 한꺼번에 몰려나왔다

내 내면 깊은 곳에 그토록 긴 세월 사라지지 않고 존재하고 있었다니 참으로 놀라운 일이다.

가난한 줄 모르며 자랐고 뭐든 궁금하면 해결을 해야 했던 겁 없던 시절

어린 날 맹목적으로 산이 좋아 들이 좋아 산으로 들로 쫓아다녔던 때와는 달리

중학 시절은 가슴에 무언가 모를 불덩이를 식히느라 저 들 저 산을 수없이 다녔던 아니지 방황이란 말이 옳겠다.

저 뚝방길은 지금은 시멘트 포장을 했지만

그때는 꼬불꼬불 온갖 잡풀이 발목을 휘감았는데

난 혼자 저 길을 얼마나 많이 걸었는지 모른다.

그 길에 자라나는 꿈을 키웠고 그길에 주저앉아 울기도 많아했고

때로는 친구들이랑 깔깔거리며 철없이 뛰었던 .

지금은 다 흩어진 친구처럼 그 시절 꿈 다 잊고

지극히 현실적이고 때로는 비겁한 중년의 여인이 되어 그 꿈길을 걷는다

고향에게 미안하고 무어라 말하기 어려운 감정에 콧날이 시큰해진다.

이런저런 생각에 걷다 보니 일순간 불어오는 갈바람에 꽃은 환한 뒷모습 남김없이 보여준다.

아직도 꿈을 가져도 좋다는 뜻인가?

난 아직 젊고 할 수있는 일이 많다 스스로 위로해본다.

고향의 뚝방길의 분홍 살사리꽃

그길은 아직도 순진하고, 아직도 기다리고, 그리고 마법같이 그 길로 이끌고

겁도없이 내 어깨에 힘이 들어간다.

 

*** 살사리꽃

코스모스의 순우리말

멕시코가 원산지며 100년 전 선교사에 의해 심어진 꽃

흰색은 순결

붉은색은 소녀의 애정, 순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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