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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경

생명의 숲

 

 숲으로 둘러싸인 길은 언제나 황홀하다

 공기가 초록이다. 흡~~~깊은 호흡 내 몸을 초록으로 물들이자.

 

 

 계단을 오르면 시댁의 조상을 만난다. 김수로왕의 후손이신.ㅎㅎ

 저 힘찬 기상으로 삼국을 하나로 만드셨으리...

 자주가는 "경주시립 도서관"이 바로 저기에.

 

 

 

 오~ 머리에 긴 관을 쓴 후투티도 만나고.ㅎㅎ 예뻐라.

 툭!툭!  내 앞에 탱탱하게 열글어 도토리가 얼굴을 내민다. 올같이 더운 여름을 견딘 대견한 모습 장하다.

 

 버섯도 도토리도 숲에 가득하고.

 벌써 발이 시린가? 비둘기 양말이라도 신어야겠어.ㅎㅎ

 

숨쉬기가 이렇게 어려운 줄 예전엔 몰랐었다.

길을 가다가 지치면 산도 보고 숲도 보고

지저귀는 새소리도 들어보면 한결 수월할 텐데

답답하리만큼 앞만 보고 살다 보니 몸이 먼저 말을 한다.

저 숲을 걸어보라고. 저 숲에 가보자고.

몸의 말을 듣고 내 사는 집에서 지척인 황성공원 오랜만에 혼자 산책을 나섰다

내가 오지 않아도 가을바람은 먼저 달려와 숲에 가득 차 있고

내가 생각지도 못했던 생명의 집이 바로 그곳이었다.

버섯도 비둘기도 후투티도 소나무 참나무 누구 하나 자기네 집에 무단으로 침범한 나를 나무라지 않았다.

얼마나 위대한가?

한 호흡 두 호흡 천천히 내쉬며 마치 태어나 처음으로 숨을 쉬는 것 같이

난 숲에 들어 초록의 공기를 내 찌든 가슴에 불어넣는다.

풀냄새 버섯냄새 솔냄새가 마치 습자지에 물 스며들듯 내 몸에 천천히 스며든다.

생명의 숲에서 나도 생명을 보듬어 안았다

이러면 되는 것을 뭐가 그리 힘들어 이걸못하고...

약먹은 병아리마냥 온몸을 꼬박꼬박 졸아댔으니.

내 어리석음을 깨우려는 듯

여기저기서 툭!툭!!툭!!!~~~ 도토리 마구마구 떨어지다.

바람이란 녀석 짓이 분명하다. 장난꾸러기.ㅎㅎ

가을바람은 어느새 숲에 가득 해있었다. 내가 모르는 사이에.

 

 

Rick Wakeman / The Sad Dre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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