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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카세상

밥의 땅

 

 밥의 땅에 햇살은 내려

 

 메뚜기도 살찌는 가을

 

 갓 핀 억새가 싱그럽다

 

 

 고마리 꽃도 풍년들을 노래하고

 강아지풀도 황금색

 

 

 가까이 아파트가 모여있는

집 복도에서 바란 본 서쪽은 해가 넘어가는 곳

여름날 저녁노을도 보이고, 초저녘 초생달도 가만히 보이더니

오늘은 물결치는 황금들이 눈에 가득찬다.

여리디 여린 새싹 돋아 융단같은 들을 보여주더니

더디어 눈부시게 밝은 황금빛이 되었다

혼자 집을 나선지 5분만에 진황색 넘실거리는 밥의 땅 한중간에 아지랑이같이 섰다.

 

가을 안개같이 고요하게 퍼지는 밥 냄새

가끔 내 숨소리에 놀란 메뚜기 후두둑 뛰어 정적을 깨워서는

내 잠잠하던 세포에 깨알 같은 소름 돋게하는 땅.

농부가 봄부터 열애하며 발길 손길 보듬어 드디어 터질듯한 감격의 물결 넘쳐 넘쳐 흐르는 곳

벼는 만삭의 몸을 하고서는 구수한 밥 냄새를 풍겨 꿈길같이 나를 이끌었다.

봄에는 개구리 해산을 했고 여름에는 우렁이 알을 풀었던 땅

쩍쩍 갈라지던 지난 여름의 가뭄에 땅과 농부의 가슴도 쩍쩍 갈라졌을 거다.

견디고 견뎌낸 결실을 마주하니 감격은 무어라 말을 못하겠다.

논두렁 같은 농부의 두툼하고 갈라진 손은 분명 땅을 닮았을 거고

밥 냄새가 구수하게 날거야..아마 그럴 거야.

저절로 농사가 될 리 없는데 알곡마다 지은이의 땀이 꽉꽉 들어찻을 거다.

작은 바람에도 황금물결 치는 들에서 밥 냄새 땀 냄새 새기며 집으로 돌아왔다

잠깐의 외출에 개운한 피로가 몰려온다.

한잠 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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