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디카세상

메밀꽃 한밭 가득.

 

 

 

 

 

메밀꽃 냄새가 참 좋습니다.

싱그러운 풀냄새를 닮았네요.
송글송글 맺힌 꽃잎을 보니 편안합니다.
메밀꽃이 저렇게 고운 줄 몰랐네요.
울 할매 밭마다 메밀을 심었어요
고추가 죽은 자리에도 메밀을 심었고
콩이 나지 않은 자리에도 메밀을 심었고
배추 빈자리에도 메밀을 심었어요
멀리서 보면 군데군데 하얀 꽃이 피어 있었고요. 

어린 마음에 꽃이 곱다는 생각보다 귀찮다는 생각이 먼저였어요. 

메밀이 익고 낫으로 베어서는 메밀을 집에 가져와야 하는데
밭마다 찾아다니며 할매가 베어 놓은 메밀을 모아 가져오는 일이 참 힘들었지요.
참 철없었지요.
지금 생각하니 그 할매 덕분에 메밀묵 실컷 먹었네요.


메밀밭에 서서 할매를 생각합니다.
허리 굽은 내 할매가 메밀을 심던 모습 눈에 선합니다.
그 모습 참 곱습니다.
한 뼘의 땅도 놀리지 않았던 할매가 곱고
그 손끝에서 핀 메밀이 고맙네요.

 

메밀 꽃잎을 만져 봅니다.

이 꽃잎이 울할매 얼굴이었으면 좋겠네요

한번 만 할매를 꼭 안아 봤으면.


메밀이 한밭 가득 피었습니다.

  

                    

All For The Love Of A Girl/Johnny Horton

'디카세상' 카테고리의 다른 글

밥의 땅  (0) 2010.10.12
지병  (0) 2010.09.09
생명 (황성공원 버섯)  (0) 2009.07.27
너는 누구??  (0) 2008.08.02
마음을 다오.  (0) 2007.09.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