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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경

함월산 기림사

 

 

 

 

 

 

 

 

 

 

 

 

 

 

 

 

 

 

 

 

 

"자연은 기이한 빛깔을 소유하고, 인간은 그것을 빌려쓴다"

화가는 하얀 캔버스에 자연을 들여 앉히고
염색 가는 한 올 한 올 자연의 혼을 물들이고
시인은 소절마다 빌려온 빛깔로 햇살을 빚고, 한도 심고, 가슴에 층층이 고인 시심을 퍼 올리리라
난, 난...저 빛깔을 빌려 무엇에 쓸꼬?
그저 넋 놓고 단풍의 향기에 취해서 몽롱하기만 한데.

 

어느 고을에 첫눈이 왔노란 소식을 들었는데
경주 함월산 기림사에는 가을빛이 잔치 열었다.
어디서 모인 단풍들인지 저마다 곱디고운 색으로
등을 내 걸고 소슬소슬 부는 가을바람에 한장 두장 꽃잎을 떨어뜨리며 황홀경을 연출한다.


유난히 가뭄이 심해 나무마다 타버린 잎이었는데
가슴에 기림사를 품은 함월산에는
부풀다 부풀다 툭툭 터지는 석류마냥
저마다 고운 빛깔로 등을 만들어 선경을 이루었다.

그 길 따라 오르다 보면 어느새 기림사에 닿는데
천년고찰 그 절집을 찾은 이뿐만 아니라 사는 부처도 한마음으로 가을 풍경에 넋 놓기는 마찮가지 인 듯하다.
응진전 앞마당에 자리한 삼층탑은 아예 푸른 이끼로 치마를 둘렀다
떡 벌어진 어깨에 당당한 다른 절집의 탑과는 달리
작은 몸매에 수려한 폼새가 수줍은 새아씨같다
천상 새색시 같아라
통일신라 석공의 빼어난 솜씨에 또 감탄을 한다.


멀리서 오신 반가운 이들
그분들과 골 깊은 함월산에서 만난 올해의 가을은 빛깔은
차마 잊혀지지 않을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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