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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내음가득

용정차

 

 

 

 

첫째 잔은 목구멍과 입술을 적시고
둘째 잔은 고독한 번민 씻어주네
세째 잔은 메마른 창자 살펴주니 생각나는 글자가 오천권
네째 잔은 가벼운 땀 솟아 평생의 불평 모두 털구멍으로 흩어지고
다섯째 잔은 기골이 맑아지고
여섯째 잔은 신선과 통하네
일곱째 잔은 마시지도 않았건만 느끼노니 두 겨드랑이에 맑은바람이 솔솔 이네.
                                         ...이색....

 다독다독 여름 햇살을 재우고
낮게 드리운 검은 장막이 하루를 살아온 나를 쉬라 합니다.
땀에 전 하루를 씻고
편안히 밤을 맞이합니다.
 
퇴근해서 물 열고 들어선 나를 맞이하는 건
멀리 서울에서 보내온 차입니다
블로그 이웃 '환희경"님께서 보내주신 "용정차"
이 더운날 용캐도 나를 찾아왔네요.
반가운 마음에 포장을 뜯고
찻잎을 입에 넣어봅니다.
온몸 가득 차향이 스며듭니다
지친 하루의 피로가 사르륵~~~
얼른 물을 끓이고 다관에 차를 넣어
우려냅니다
푸릇한 초록의 탕색과 향기
아~~
그분이 고맙습니다.
한 번도 뵌 적 없는 내게 보내주신 차
음미하며 감사를 전합니다.
 
세상에 나면서 짊어지고 온 짐이 있었지요
전생애를 통틀어 갚아야 할 빚을 가득 지고 왔습니다
내가 준게없는데
오늘 이렇게 차를 보내주신 이 마음이
내게 또 하나의 갚아야 할 그 엇입니다
즐거운 부채...

강산이 여러 차례 바뀌는 세월을 산동안
난 지고 온 짐을 어느정도 벗었을까요?
아니면  더 쌓였을지요?
얼른 무엇으로든 갚아야 옳겠습니다.
 
용정차를 마시며 행복한 하루를 접습니다.
여름이니 덥고
밤이니 쉬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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