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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와 꽃 이야기

게발선인장

 

 

 

 

 

 

꽃이 피는 게 늘 황홀한 게 아닌 거야.


나즉나즉 들려오는 꽃피는 소리는
노랗게 익은 달처럼 가슴 뭉클한 거야
그런 줄 몰랐어
베란다 작은 화분에서 출산의 고통만큼이나 힘겹게 피는 줄 미처 몰랐던 거야
내 눈뜨는 새벽녘부터 잠든 한밤까지
어쩌면 아무도 모를 힘겨움에 너는 가슴에 검붉은 피멍이 들었을지도 몰라
꽃이 피는 일은 행복한 일이 아닌지도 몰라
정녕 그럴지도 모를 일이야
비늘이 생기도록 늙은 너의 피부가
발기발기 벗겨지도록 서러운 고통이며
벅찬 희열임을 이제야 눈치 챈 바보 같은 나.


뚝뚝 떨어지는 꽃송이를 보니
내 마음에 쩡~~ 금이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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