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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하기(숨은 글찾기)

연필을 깎아라

 

연필을 깎아라..

 

가슴에 하얀 손수건을 달고 운동장에서 입학하던 날 밤

아버지는 거친 손으로 연필을 깎아주셨다

마치 경건한 의식을 치르는 듯 한 모습으로

그 옆에 앉아 마른 침을 조심스레 삼키며 아버지 손끝 만 바라보았지.

육각형의 향나무에서는 신선한 향이 퍼졌고

곧이어 나타난 까만 흑연은

지하 수심m에서 막 나온 보석으로 보였단다 .

낫과 호미로 거칠어진 아버지의 두툼하고 거친 손에

내 배움의 첫발을 함께할 연필이 그렇게 소중하게 깎아졌었다


그러나

아들아! 딸아!

엄마는 너희들 입학식날 연필을 깎아준 기억이 나질 않는다.

어쩌면 연필깎이로 깍아주진 않았는지...

너희들 가는 첫 길에

엄마의 경건하고 진솔한 마음을 보여주지 못한듯해서 많이 많이 미안하네..

너희들 외할아버지께서 엄마에게 전해준 속깊은 정을

난가슴에 심어주지 못했는지도 모르겠다. 

그래도 엄마라고 욕심만 가득하다

사춘기에 접어든 너희들에게 엄마의 욕심 한가지를 전한다.

 

연필을 깎아라 ,스스로

손을 다칠 수 도 있고

모양이 미울 수 도 있단다

연필을 깎으면서 향도 맡아보고. 반짝이는 흑연도 보아라

그리고는 노트에 글을 써라

사각거리는 흑연의 노래도 들어 보아라

스스로 쓴 글은 한번 쓰면 지워지지 않을 것이다. 절대로

 

아들아 ! 딸아!!

그 노트에는 꿈도 있을것이고 깊은 고뇌와 큰 좌절도 있겠지?

한자한자 정성을 다해 너희 인생을 적어라

그 연필이 몽당연필이 되고, 다 사라질때 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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