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밀꽃! 글/햇빛 아침저녁으로 찬 바람이 불어오고 하늘은 더 높아집니다 이맘때면 온 밭을 수놓던 하얀 물결이 있지요 가을바람에 출렁거리는 하얀 파도가 있지요. 메밀꽃. 우리 친정할머니는 자갈밭에 메밀을 심으셨어요 다른 작물이 다 싫어하는 척박한 땅에서도 잘 자라는 메밀을요. 키가 점점 커가고 어린 우리들이 숨기에 딱 인 메밀은 보름달이 한창 일 때 친구들이랑 밤늦게까지 숨바꼭질을 했었지. 그 풋풋하던 꽃향기가 기억납니다 친구들의 풋냄새랑 비슷한... 몇날을 메밀을 찾아 헤매었지요 아마 추억이 그리웠나 봅니다 그러다 며칠 전 작은 메밀밭을 더디어 찾았어요 한참을 말없이 바라만 보다가 어린 날 숨바꼭질하던 밤이 생각나 그날 밤에 밭을 찾아갔어요. 달도, 별도 없는 캄캄한 밤에 홀로. 어슴푸레 하얀 꽃들이 가을바람에 출렁거리고 풀벌레소리 가득한 그 곳에서 막상 메밀을 보니 그곳에는 친구의 모습도 이효석님이 말했던 왕소금을 뿌린듯한 모습과는 달리.. 울 할머니 모습이 가득했어요. 허리 굽은 내 할머니가 하얀 물결에 출렁거렸지요 하루도 쉬지않고 일하시던 그 모습 그대로 호미자루 손에 놓질 않으셨던 .. 오래전에 돌아가신 할머니가 내 무의식속에 있었나봅니다 그래서 미친 듯이 메밀을 찾았었나봐요. 가을 내 고향 하늘 아래서 한들거리던 그 소박하던 꽃 그건 울할머니 꽃이었음을 이제야 알았어요. 순백의 그리움과 인정이 대롱대롱 맺힌 그 밭에서 이슬이 촉촉해지는것도 모르고 난 할머니 숨결에 파묻혀 행복했어요 어린날 그 따스하던 할머니 품 처럼 포근했어요. 울 할머니 꽃.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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