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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하기(숨은 글찾기)

서리꽃

지난 일요일 새벽 문득 잠에서 깨어나 베란다에

앉았는데 물안개 가득한 형상강이 눈앞에 펼쳐져 있었다. 

순간 내고향 가을이 몸서리 나도록 그리워졌다.

잠든 남편 곁에 앉아 흐느끼며 "나  산내 가고 싶어..오늘 안가면

죽을것 같애.." 나도 모르게 눈물흘리며 남편을바라보는데

꿈결처럼 벌떡 일어난 남편 주섬주섬 옷 챙겨 입더니.

"가자.." 헉!! 기쁜 가슴 진정시키고 아무 준비 없이 휭~하니 따라나서는데

잠들깬 남편  나를 보더니 "니 죽으면  아이들 땜에 안되지.."

하며  씩 ~~웃는다

달린다.고향을 향해..새벽 찬공기 가르며.

하얀 입김 뿜으며 ..

길옆으로 노란 산 국화가 눈에 번쩍 뜨이고 쑥부쟁이,구절초가

이슬에 몸단장하고 환영하며 나를 반긴다.

고향 입구 산마루에 도착해 차에서 내려

고향 냄새를 맡았다

달다..내고향은 달았다.안개도 이슬도.산도 .물도

 

한참을 달리는데..빈 논에 하얀 꽃이 보였다.

단숨에 달려가보니 찬바람에  얼어 붙은 서리꽃이 지천으로 활짝피어있었다

그러고 보니 온통..온세상이 하얀 이불 쓴 듯 보인다

조심스레 다가가서 손으로 만져보니..내 차가운 체온으로도  사르르 녹아든다.

어느새 눈물이 하염없이 흐르고 지켜보던 남편 말없이 꼭 안아주는데

논두렁에 헤어진 옷입고 선 허수아비가 빙그레웃는다.

서리꽃 과 막피어오르는 물안개 그 위에 뿌리내린 붉은 단풍..아~~

그곳은  "무릉도원 "이었다.분명그랬다..무릉도원

내 가슴속에 그 큰 그리움이 자리잡은건  나를 보듬어 안고 키운 땅이

너무 곱고..달았기 때문인것이다.내 보물 같은 꿈을 키운곳...

 

면 소제지엔 부지런한 고향어르신 한 분이

막 잡아온 민물고기를 팔고 계셨다.

어릴때 친구들이랑 많이도 잡았던 물고기 들이 한가득 팔닥이고..

덩달아 사라진  친구생각이 절로 났었다.반갑게..

어릴땐 몰랐는데

나는 이렇게도 고운 땅 에서 꿈 을 먹고 자랐나보다.

 

돌아오는 길에 어느새 해가 동쪽 산마루에 걸렸고

주름진 단석산엔 울긋 불긋 단풍이 곱게 물들어 있었다.

 

내가 자란곳 산내..그곳을 생각하면

아직도 힘이 솟아난다..강한 힘이

그리고 든든하다..언제나  묵묵히 우릴 기다 릴 테니까..

                            

                    ....저물어  가는 시월에  참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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