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에 베란다 창을열었더니
온 도시가 부연 안개에 쌓여있었다
앞에 흐르는 강도보이지 않고
문득 떠오르는 무궁화 나무 한그루..
왜 인지는 모르겠는데
무궁화..고향집에 심어둔 ..
울 딸이랑 같은 나이때(초등 오학년) 가을
학교에서 제일 예쁜 무궁화꽃 씨를 받아
집 뒷뜰에 뿌렸다
이듬해 봄 삐죽삐죽 싹이 나고
어느새
내 손가락 만큼 자랐는데
때마침 지나가던 울집 아기염소가
입가심으로 뜯어먹었고
딱 한 그루만 용케 남았었다
나는 울타리를 쳤고
생각보다 무궁화는 자라지 않아
내 속을 태웠었다.
중학..고등..모두 자취를 했기에
까맣게 잊어 버렸고 간혹 집에가면
아~ 뒷뜰로 달려가서 보곤했는데
이사를 하면서 가보질 못하고..나는
그 꽃을 한번도 본적이 없었다..지금도
작년 겨울 가본(이십여년 만에) 고향집엔
낯선사람이 반겼고
왠지 발길은 뒷뜰로 향하고
그 곳에서 봤다
청년이된 무궁화를..
등달아 흐르는 눈물..
집을 새로 지으면서 무궁화를 없앨려 했는데
꽃이 너무 고와서 남겼다고..
내가 심었거든요.
잘 보살펴주세요..약속 단단히 하고
돌아오는데
어느새 내 가슴에 단단히 뿌리 박혀있는
내가 심은 고향집 무궁화
그 나이 이십칠세 인가..
여느새 여명이 밝아오고
한번도 꽃을 본적없는 내 무궁화는
아직도 고향집에서 꽃피우고 지고 하겠지..
...안개낀 아침 참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