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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경

어느 꽃엔들 그리움이 없을까?

 울엄마에겐 콩이며 상추며 배추,참깨,들깨 ...자식 입에 들어가는 것만 꽃이었는데 작은 고무화분에 채송화 꽃을 키우기 시작했다

"니가 절에가서 가져온 꽃이잖아 곱다 곱다..."하시네

작년 엄마 생신때 엄마를 모시고 가족들 함께 기림사에 갔었는데 엄마가 채송화를 보시며 이쁘다 하셔서 한가지 꺾어 엄마께 드렸는데 그 채송화가 저리 자랐다

젊었던 엄마의 모습이 눈에 선한데 어느새 죽기 딱 좋은 나이라 하셔서 가슴 찡하게 만드신다

내가 어릴때 장독대에 채송화 심어 꽃피우던 시절을 엄마는 기억할까?

나는 그 시절이 그리워 미칠것 같은데.


         어느 골목에 나란히 핀 과꽃


저렇게 고운 과꽃을 보면 자꾸만 서러움에 울컥한다

뒷집 꼭지는 7공주에 아들 하나로 꼭지는 세째 딸이었다

아저씨는 사냥꾼이었는데 단석산에 멧돼지 잡으러 가시면 몇 날이 지나야 돌아 오셨지

저 멀리 아저씨가 멧돼지 등에 메고 나타나면 동네 아이들 순식간에 도망을 갔었다

넘 무서워서 그 아저씨가 어느 동네에서 얻어온 과꽃 씨앗을 꼭지가 자기네 마당에 심었는데 꽃이 어찌나 이쁘던지

다음해 나도 씨를 얻어 울집에 심었었다 가을이 되고 과꽃 가지마다 분홍 빨강 파란색 꽃을 피워 어찌나 좋던지

날마다 꼭지랑 놀았는데 꼭지는 초등학교 졸업하고 어디 공장에 간다며 고향을 떠났다

그 후로 지금까지 꼭지를 본적이 없는데 언젠가 경주 인근에 산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꼭지야 꼭지야.우리 만나자 매일 붙어 지내던 친구야 우리 언제 만날래?




 처음 뵙는 스님이셨다

노란 국화화분을 들고 오셨는데 감기가 심해서 오셨단다

병원을 한바퀴  휘~ 둘러 보시더니 내게 화분을 안겨주셨다

향기가 어찌나 좋던지 그 주말에 스님계신 암자에 갔었다

스님께서 직접 길러 만든 녹차를 우려 주셨는데 지금까지 그렇게 향기로운 녹차를 맛 본적이없다

녹차는 아홉번 덖어서 만든다 들었는데 스님께서는 잎을 따서 채반에 쪄서 말렸다했다

찻잎은 생긴 그대로 말려있었는데 어찌나 맛나던지 ㅎㅎ

스님을 따라 녹차나무를 처음 봤으며 그때 녹차꽃도 물론 처음 봤지만 녹차꽃 향기에 반했다

옆에는 열매가 달려있었고 실화상봉수..꽃과 열매가 만나는 유일한 나무란단

그 스님과 인연이되어 틈나면 암자에 갔었는데 결혼후 내 가정에 일이 너무 많아 스님을 뵙지 못하다가 어느해 혼자 절에 갔더니

절은 텅비어 있었고 녹차가 자라던 밭은 숲이되어 군데군데 녹차가 자라고 있었다

스님이 입적한지 10년이 지났단다

법당에서 영정사진으로 뵌 스님

지금도 가끔 암자에가서 영정속 스님을 뵙고 녹차잎 한잎 따서 씹어 본다


 핑크뮬리 넌 누구냐??

첨성대 근처에 심어 대박이 났는데 올해는 보문호수가에 조성되어 핑크핑크한다

보는 이 마다 미소를 짓고 행복해하네

호숫가에 핑크뮬리 벤취에 앉아 핑크빛 모습을 보고 또 보고

 화랑의 언덕에 연달아 세번을 갔었다

폭풍처럼 비 내리던 그날과 그 다음날 해가 너무 이뻐서 맑은날 화랑의 언덕이 다시 보고파서 갔는데

전날 못 봤던 꽃이며 잘 생긴 나무며 넓은 잔디밭이며 산양과 염소 , 미미돼지,면양도 살고 잇다는걸 알게되었다

아침에 가서 저녁 노을질때까지 보고 왔는데 어제 직장 동료랑 다시 가게 되었네

누가보면 그 동네 주민인줄 알겠다..ㅎㅎ

그 언덕에 용담을 만났다. 용담꽃을 보면 춥다는 생각이 먼저 드는데 초등학교 다닌때 첫가을이 오면 산골이라 해질녘이면 오소소 한기가 느껴 질 정도로 추웠다

몸을 웅크리고 학교길 오가다 보면 산비탈에 용담이 피어 있었던 기억이 난다

하얀깨가 점점 박힌 모습의 깨순이 용담 반가웠다 용담.


 화랑의 언덕에서 만난 또 하나의 꽃

톱풀 너도 반가워.

저 꽃이 톱풀이란걸 꽃집에서 보고 알았는데 그 언덕에서 만났다

톱풀 너도 반가워.

 키 작은 쑥부쟁이

친구들리랑 한가득 꺾어서 책상 위에 올려두고 보던 꽃

화랑의 언덕에서 만나니 이쁘다.

 불꽃처럼 팡팡 터졌네 산부추

우리는 산달래라 불렀는데 산부추란다 ㅎㅎ

동무들이랑 소꿉놀이 할때 반찬으로 썼던꽃

사금파리에 올려놓고 냠냠 ~~

아 너무나 그리운 친구들 언제 다시 만나보노.

산부추는 저다지도 곱게 피었는데...친구들아 그립다.

 구절초는 꽃보다 약초로 먼저 만난꽃

학교에서 돌아오면 할매는 포대자루 들고 약초 캐러 가자신다

친구들 골목에서 노는데

놀고싶은데 언니는 겁이 많아 산에 따라가지 못해 어쩔수 없이 할매 뒤를 따라야했다

약초마다 이름을 가르쳐 주시고는 배아픈데 쓰면 직방이다

이건 종기에 쓴단다 세세하게 일러주셨는데

나는 근성으로 대답하고 마음은 온통 골목에 가 있었다

구절초는 몸을 따뜻하게하고 찬속을 따뜻하게 해주고 여자들한테 좋단다 하셨다

가마솥에 삶아 한그릇 퍼 주시던 할매

맛이 이상해서 먹기 싫어 도망 다녔던 손녀는 이 나이가 되고보니 할매가 주시는 구절초 따뜻한 한사발 마시고 싶어진다

꽃이 저리도 고운줄도 이제야 알겠는데 울할매 가신지 오래네.

보고싶다 할매


          서악리삼층석탑과 구절초

          태풍과 잦은 가을비에도 이쁘게 피어주니 고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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