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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경

가을날 출근길

         저 하늘과 구름이 나를 불러냈다...

         경주문화원은 언제 와도 좋은데

         600이란 숫자는 어느 정도의 큰수인가?

        뒤에 있는 또 다른 600살 은행 둘은 나란히 서있다 외롭지않게

         나의 소원은 무엇인고? ㅎㅎ마음 속으로 빌어본다.

         잎은 몇장이고 열매가 몇개인가?

 

 

아침부터 하늘을 보니 맘에 몸살이 날 지경이다

저 구름을 어찌하며 저 하늘은 또 어찌하랴 ㅎㅎ

며칠 근무와 이런저런 일들로 바빠 집안일이 태산인데 하늘은 대우주쇼를 하면서 나를 유혹하고있다

서둘러 청소하고 빨래는 세탁기에 부탁하고

몇가지 반찬을 만들고 후다닥~후다닥~~~

오후 근무라 시간의 여유가 있건만 도저히 집안일만 하기에는 아까워

옥수수 반개랑 당근 반을 먹고 서둘러 직장으로 향했다

와~~

가슴에 신선한 산소가 마구마구 밀려 들어오고 하늘 한번 쳐다보고 땅 한번 쳐다보고 흡사 병아리 물 마시듯 하며 걷는다

도로에 차는 쌩쌩 달려도 높이 현수막이 걸려 펄럭여도 다 그림같아 보이고 멋지다

다리를 겉너고 예술의 전당을 가로질러 형산강 한 줄기인 북천을 건너고

다시 좁은 골목을 걷고

그렇게 룰루랄라 한시간을 걸어 직장 앞에 있는 경주문화원에 도착했다

문화원의 뜰은 언제나 한결같은 모습으로 꼭 고향집에 온 듯 평화롭고 넘치지도 않고 모자라지도 않으며 아늑하였다

마당을 한바퀴 휘 둘러 뒤뜰에 있는 두그루의 운행나무에게 발길을 돌렸다

6백여년의 나이를 자랑하는 나무에는 새끼줄에 묶은 소원지가 둘러져있고, 하긴 600년이면 신목이 되고도 남음이 있지

백년도 못사는 사람들이 간절한 소원을 빌만하지 않은가? ㅎㅎ

가지에는 주렁주렁 열매를 매달고 있었다

소원지와 열매가 주렁주렁 ㅎㅎ 부자네 은행나무는 ㅎㅎ

저 나이에 저토록 실한 은행을 달고 있다니 어찌보면 잎보다 열매의 갯수가 더 많아 보이는데 참으로 대단하지 않은가?

노랗게 열매는 익어가고 잎은 아직도 청청한데 주변은 너무나 고요하고 여유로운데 햇살과 바람만이 주인인양 서로의 힘을 겨루고 있는듯했다

흘렀던 땀도 다 식었고 출근시간도 다 됐고 아쉽지만 일터로 가야지

가을이 주는 축복같은 우주쇼를 보고 하늘에 닿을듯 위풍당당한 600살 은행나무를 만나고 덕분에 가뜬하게 일을 마무리 지었다

내일도 걸어서 출근할까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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