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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경

부엉골엔 부엉이가 산다


 

 

 

 

 

 

 

언젠가부터 늠비봉 5층탑이 보고싶어 벼르고 있었는데

추석 다음날 가족들과 같이 가기로 약속을했고 아침 9시경 집을 나섰다

다만 우리딸이 2시까지 KTX역사에 가야하기에 늦어도 12시까지 하산을해야 한다는 부담이 있었다

하여간 막내동서, 동서 첫째딸, 동서 세째딸, 시누이, 내딸 이렇게 만발의 채비를하고 늠비봉을 향해 길을 나섰는데

포석정을 한바퀴 둘러 보더니 시누이가 제안을한다 원하는 사람만 산에 오르고 나머지는 주변 산책하잔다

그리하여 나랑 동서만 산에 오르기로하고 각자 길을 잡아 나섰다

포석정을 지나 부엉골을 지나 부흥사를 지나 늠비봉에 이르는 길이다

간만에 남산의 솔향기와 서늘한 기운 그리고 막내동서랑 함께여서 기분도 상큼한데

오래전 올랐던 기억을 더듬어 부흥사골짜기 그러니까 부엉골로 길을 잡아 올라가는 길

졸졸 흐르는 물소리와 여러 새들을 노래소리 들으며 동서랑 두런거리며 올르다

바위 위로 흐르는 물이 하도 맑아 양말을 벗고 찰방찰방 땀을 식히며 가져간 사과랑 커피 한모금하다 문득 곁의 나뭇가지를 쳐다봤더니

수리부엉이 한마리 우릴 쳐다보네 깜짝이야 !!!

호~~듬직하고 잘생긴 모습으로 커다랗고 점잖아 보이며 그러니까 한눈에 반해버렸다는

헉!!! 이렇게 지척에서 부엉이를 만나다니 참으로 놀라운 일이고 반갑고

녀석은 내가 곁에 다가가도 도망가지도 않고 기꺼이 모델을 해주니 기특하다

우린 부엉이를 배경으로 각자 독사진도 몇 장씩 찍고 ㅎㅎ 가문의 영광이로다

뒤이어 오던 어느 부부도 부엉이 보고는 놀라 입을 다물지 못하더라는

귀한 녀석을 뜻밖에 만나니 어찌나 기분이 좋던지

그렇게 30여분을 같이 놀았는데 큰 날개 펼치더는 유유히 날아 가버렸다

그 위엄에 우린 그저 멍하니 바라만 볼 뿐

이 골짜기가 부엉골이라는 이름이 붙은게 저녀석 덕분일까?

남산에서 수리부엉이를 만나다니 꿈꾸는 건 아니겠지

동서도 벅찬 감격에 몇 번이고 부엉이를 되뇌이고는 서둘러 부흥사를 향해 출발

적당히 땀이 흐르고 도착한 절에서 시간을 보니 11시30분 눈 앞 봉우리에 보무도 당당한 늠비봉5층석탑을 두고 하산을 결정하였다

너무나 아쉬워 멀리 탑을 보고 또 보고

그런 나를 동서는 달래듯 조만간 다시 오자 약속을하고 하산하였다

딸을 점심먹여 시간맞춰 보내야 하잖아...인천까지 가야하는 딸인데

그래도 태어나 처음으로 부엉이를 만났다는 환히가 가슴에 가득하였으니 늠비봉5층탑은 아직은 내가 볼 운이 아니였던거야..

경주 서남산 부엉골에는 수리부엉이 당당하게 살고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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