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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경

동지

 

 

 

 

작년 경주 지진때 지진에 앉아도 누워도 몸이 흔들는것 같았고 언제 또 강진이 올지도 모른다는 트라우마에 시달릴때

초등학교때 친구가 문자를 보내줬었다

힘들지만 기운내라면서  친구가 직접 연주한 하모니카 연주곡을 불어 보내줬는데 어찌나 고맙던지

더구나 내가 동요 좋아한다고 초등학교때 부르고 다녔던 동요곡을 보내 줬었다

지금 그 연주를 들으며 이글을 쓴다

원래 그랬던거처럼 온 산에 나무가 가지만 앙상한 겨울이면 오빠가 산에서 직접 잘라 만들어준 스케이트를 타며 온 개울과 얼음 언 논으로 쫓아 다녀

겨울 하루해가 짧기만 했었는데 그런 나도 차분하게 방에 들어 앉는 날이 있었으니 동짓날이 그랬다

동그란 상을 펴놓고 엄마가 익반죽해준 찹쌀가루로 동글동글 새알심 만들기 ㅎㅎ

천상 여자였던 언니는 어찌나 예쁘게 만들던지 더구나 한꺼번에 두개씩  만들어 나를 놀라게했고 언니처럼 해 볼려고고 애썼던 그때가 지금도 그 모습 눈에 선하다

새알심이 한상 가득만들어 지면 엄마는 가마솥에 걸러낸 팥물을 끓이고 만들어진 새알을 퐁당퐁당 넣고 죽을 끓이셨다

해가지고 어둑해지면 한집 두집 팥죽이 친구들 손에 들려 배달되면 엄마는 그 그릇에 우리 팥죽 담아 보냈었다

나도 이집 저집 죽그릇들고 배달했었지 

동네팥죽 다 모여 한상 가득 채울때면 할매랑 엄마는 제일 먼저 퍼 담은 팥죽그릇을 장독에 올려두고 가족 건강과 행복을 빌었었고

우린 경건한 마음으로 그 모습 바라보았다

드디어 쫀득한 새알과 함께 팥죽 한술 먹어보면 세상 행복이 내 몸으로 들어 오는듯 뿌듯함을 느껴었지

할매랑 아버지가 한상에 앉으시고 엄마랑 우리 오남매가 한상에 둘러 앉아 호호 불며 먹던 동짓날의 따스한 저녁이 너무나 그립고

그립다 다시는 못 올 풍경이 그림처럼 스쳐지나 가는데

고향동네 개울은 그때처럼 꽁꽁 얼었을까? 친구들 웃음소리랑 조잘대던 소리는 다 그대로 남아 있을까?

지금은 먼길 가신 할매, 아버지, 막내동생처럼 다시는 그 풍경 속으로 들어가진 못하지만 아직도 무슨 날이 되면 어제같이 생각이 드는건 내 그리움이 너무 사무치는 걸까?


올해도 혼자 새알심을 만들고 팥을 삶아 죽을 끓였다

혼자 먹는 동지상이 왜 이렇게도 쓸쓸한지.

"아빠 하고 나하고 만든 꽃밭에 채송화도 봉숭아도 한창입니다~~"

하모니카 연주곡이 가슴을 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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