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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내음가득

신라에 온 국민화가 박수근 특별전

 

휴일날 서둘러 집을 나섰다

박수근 특별전이 열리는 솔거미술관을 향해

솔거미술관은 경주세계엑스포공원에 위치해있다

버스를 한번 갈아타고 도착한 그곳에는 활짝핀 장미가 곳곳에 피어 저절로 웃음짓게 되더라는

나도 모르게 콧노래 부르며 여기저기 둘러보며 엑스포공원 맨 위쪽에 위치한 미술관을 향해 걷는다

싱그러운 6월이 주는 생동감과 그늘이 주는 고마움, 혼자 산책하기 딱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박수근 국민화가란 별칭과는 달리 난 저분에 대해 너무나 몰랐네

교과서에 나온 그림 몇 점과 언젠가 읽었던 박완서의 책에서 6.25때 미군 PX에서 그림을 그리던 박씨아저씨로 들었던 기억이 난다.

미군PX에서 초상화를 그리던 박씨아저씨 ㅎㅎ훗날 박수근을 모델로 박완서는 소설 "나목"을 썼다

"나는 인간의 선함과 진실함을 그려야 한다는 예술의 대단히 평범한 견해를 가지고 있다. 따라서 내가 그리는 인간상은 단순하고

다채롭지 않다. 나는 그들의 가정에 있는 평범한 할아버지나 할머니를 그리고 어린아이들의 이미지를 가장 즐겨 그린다"

월남해서 서울살이가 너무나 궁핍했고 궁핍함은 그의 일상이었단다

말년에 눈이 멀어도 병원비조차 없을 정도였단다

작품은 거의 외국인들이 사줬다는데 그 덕분에 전업작가의 길을 갈 수 있었단다

1950년에 그린 "빨래터"는 45억2천만원 그 시대에는 20~50달러 정도였단다

작가가 살아 생전에 풍족한 생활 한번도 못했을 터인데 그분의 그림들이 지금 펼쳐진다


 


하드보드에 그린 유화



 


신라에 온 박수근

박수근은 신라문화에 관심이 많았고 우리나라 석조미술품에서 아름다움을 느낀다했다

경주를 방문해서 신라문화를 연구했고 직접 찍은 탁본과 프로타주등 관련 작품이 60여점 전해진단다

위의 작품들을 보면 화강암에 그린듯한 느낌이 드는데 아마도 그런 영향으로 특유의 화풍을 이루게 된 동기가 아닐까?

이번 전시회는 그런 맥락에서 뜻깊고 귀한 분의 작품을 보게되는 영광을 얻게 되었다


 


 

 김유신장군 묘의 십이지신상 탁본

 

 

 임신서기석 탁본

 

 고향집 ㅎㅎ 

박수근은 먼저 수채화를 그렸단다

수채화를 그렸으리라 상상도 못했는데 뜻밖이었고 놀라웠다

 옥빛이 도는는 바탕에 꽃이 그려진 고무신 어느 귀한집 마나님의 외출화??

 과일접시 정물화  

 로즈데이때 사랑하는 이에게 받고 싶은 장미

감자..어느날 박수근 아내가 저녁찬으로 감자를 준비했나보다.

옆에 있는 감자 깎는 칼 ㅎㅎ

 


 

나만의 휴일날 혼자 찾아 간 미술관

햇살 내려 쨍쨍한 날이었지만 한손에 양산을 쓰고 집을 나선 덕분 더위를 피 할 수 있었던 날

너무나 오랜만에 찾은 세계문화엑스포공원에는 장미와 나무의 신록이 멋지게 어울러져 환상적이었다

혼자 여기저기 기웃거리며 공원의 맨 위쪽에 위치한 솔거미술관으로 발길을 옮긴다

목적지이기에 ㅎㅎ

미술관에는 매표하시는 한분이 계시고 관람객은 나 혼자뿐 ㅎㅎ좋아라 

이렇게 가슴 설레 본적이 언제였던가?

전시실에 들어서는 순간 웃음이 저절로 나오더라

내 할매  내 친구 그리고 이웃들이 반겨 주는듯한.

너무나 가난했던 내 어린시절 동네분들과 가족을 만난것 같은 그림속 인물들

짠디짠 아니 쓰디쓴 삶의 무게가 우주보다 더 무거웠겠지만 아무런 조건도없이 서로를 보듬어 주던 인정이 있었고 등에 기대어 위로 받을 이웃이 있었던 시절

고향집 마당에 스며들던 햇살같이 살가운 정이 고스란히 전해지는 그림들

그림을 보는 순간 마다 허리굽고 손마디 굵고 거칠던 내 할매가 생각났고 그리하여 마음엔 온기가 가득해지며 머리가 가벼워지더라

어리광을 부려도 보듬어 줄 것같은 .

내 움츠러들었던 세포가 탱탱하게 부풀어 오르는 듯한

감동!! 이런 감동이라니

지금 이 순간이 벅차서 어쩔할 바를 모르겠더라

한쪽벽에 당당한 모습의 김유신장군묘의 십지신상의 탁본도 반가웠다

박물관 근무하던 시절 작은 모형판에 수없이 찍었던 탁본을 이곳에서 만나리라 상상도 못했기에

한참을 바라보며 감회에 젖기도했다

어린날 우리네 주변에서 흔히 봐왔던 풍경과 모습들을 그렸기에 더욱 정감이 가고 코끝 찡하기도하고

휴일 하루 전체를 반납해도 모자랄 감동, 덕분에 이날 난 두번을 감상하였고 다시 온다면 누구랑 올까? 고민도 하면서 집으로 향했다

다시는 돌아 오지않을 시절로의 여행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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