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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경

무전, 배추전

 

 

산골의 늦가을 해는 유독 빨리 지고 겨울은 서둘러 온다.

아침부터 온 가족 비탈밭에 심어 둔 무를 뽑으러간다

옹골차게 여문 무

아버지가 뽑으시고

할매랑 엄마는 무청을 자르고 우리 형제들 아버지가 뽑으신 무 나르고..

그렇게 일사천리로 무를 뽑다보면 어느새 배가 출출해진다

엄마는 흙을 쓱 닦으시고 칼로 깎아주신다

밭고랑에 앉아 한 입 베어물면 아삭하고 달콤한 그 맛 아삭아삭~ ~~

그렇게 수확한 무는 아버지가 구덩이를 파고 묻어 두고

무청은 엮어 주렁주렁 매달아 말리고...

이렇게 갈무리한 무랑 무청은 겨우내 우리들 주전부리고 여러 반찬으로 요긴하게 쓰이는 것이다.

밖에는 눈이 펄펄 내리고 화로에는 고구마가 익어가고

엄마는 살얼음 살살 언 동치미 한 대접과 살짝 얼은 홍시를 밤참으로 내 오면 머리가 띵하도록 차고 시원한 동치미는 일품이었다

가족들 도란도란 앉아 할매가 들려주시던 이야기 듣던 그 밤

내 유년의 맵디매운 겨울날의 따스한 추억이 되었다.

 

“김장은 우짜노?”

“언제하노?”

“새우젓 가져가라...”

엄마의 전화를 받고 어린날 그리워 무전을 만들었다.

달달하고 고소한 그 맛

오랜만에 행복했던 어린날의 맛을 제대로 느꼈다

아직도 난 엄마가 걱정하는 딸이고

보고 싶으면 당장 달려갈 엄마가 계심이 참 행복하고 기분 좋은 일이다

부디 건겅 하시고 늘 지금처럼 곁에 계셔주셨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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