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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하기(숨은 글찾기)

그날

 

(남리 최영조 작)

 

안방 문을 열면 마당이 보이고 마당에는 두그루의 고염나무와 한그루의 감나무가

사계절 낯빛을 달리하며 서있고

대문을 앞에 마을 길이있고

길 다음엔 졸졸 작은 개천이 있었고

그 개천엔 물방개 물매암 미꾸라지...

그리고 밤이면 물소리 또랑하게 들려오면 난 그 물소리들으며

나도 모르게 스르륵 잠들었고

그 다음에 다랑이논 밭이 시루떡처럼 층층이 쌓여있고

그 위에는 당당하게 앞산이 내려다보고.

문을 열면 곧바로 눈에 들어오는 풍경은

지금도 훗날에도 신선한 기억으로 남겼지

 

몇날 이런저런 일들로 가슴에 바윗돌 얹힌듯

잠도 못자겠고 밥을 먹어도 쓴맛만 입에돌고

누가 웃겨도 웃어지질 않네

베란다 꽃을 보면 그냥 서럽고

..

고향  안방 문을 열면 눈에도 가슴에도 가득 차오르던 그 신선한 맛

그 맛이 그립다

이젠 내 마음의 문을 열고

멀리멀리 바라보고싶다

시간이 지나고 나중에 오늘 내가 앓고있는 가슴앓이도 별 일 아니게 다가올지도 모르겠다.

그날을 어서 맞이하고 싶다

그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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