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셔 온 이미지)
입춘이 지나고 더디어 아이들 개학을 하고 나니 집이 절간처럼 고요하다.
반면 집 앞 초등학교는 와글와글 생기가 가득한데.
봄의 길목이라 말하기엔 너무나 매서운 며칠간의 한파였기에
도무지 기를 펴지도 못하고 다녔었다.
왜 이리 추위를 못 이기는지.
내가 어린 날을 보낸 산골의 겨울은 삼월 중순까지 였던 기억이 난다.
먼 산에 잔설과 눈이 녹기까지는,
온 세상을 바람과 얼음과 눈이 지배하면 하루해가 짧도록 뛰어놀았던 겨울방학.
그야말로 최고로 신나는 기간이었음을.
네 살 많은 오빠는 대나무로 연도 잘 만들고 소나무를 잘라 스케이트도 잘 만들었는데
난 그 옆에 착 달라붙어 침을 삼키며 바라 보곤 했었다.
연이 만들어지면 난 귀찮을 정도로 오빠를 따라다녔는데
손이며 얼굴이 터 갈라져 몰골이 말이 아니였지만
포기하기엔 너무 신났던 겨울놀이였었다.
입춘이 지나고 개학이 다가오면 발등에 불이 떨어진 듯 바빴는데
며칠 밤을 꼬박 세워 방학숙제에 매진하던 기억이 난다.
일기도 하루 만에 몽땅 쓰고 이 경우 날씨가 문제였는데, 꼼꼼한 언니 덕분에 잘 넘기고,
풍경 그림도 한장 후~~딱 탐구생활은 대~~~충.
그저 뛰놀며 지내느라 거의 집 밖에서 생활했던 그 시절이 내 생에 가장 신났던 시기였던 것 같다.
아련한 추억을 생각하며 흥얼흥얼 따라 부르다 보니
방학내내 특강이며 야간자습 하느라 방학을 방학같이 보내지 못한
내 아이들에게 슬쩍 미안해 지기도 한다.
나중에 어떤 기억을하며 동요를 따라 부를까?
아니, 동요를 부르기나 할까?
손이 시려워 꽁!
발이 시려워 꽁!
꽁!꽁!꽁!!!!
겨울바람 - 사월과오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