멈춘 시계
수능을 앞두고 아들이 시계를 하나 들고와서는 약좀 넣어 달란다.
시계를 보는 순간 가슴이 메어진다.
아버님께서 생전에 차고 계시던 시계.
시계의 나이는 알 수 없으나 내가 알기로는 시집 오기 전부터 가지고 계시던 것 같아
아버님은 참 많이도 편찮으셨다.
6.25 참전 용사였는데 안강전투에서 다리에 파편을 맞아 평생 파편이 몸에 박힌 채 평생을 사셨는데
날이 궂으면 늘 아파 침 맞으시던 일
위암 진단받고 새댁인 나랑 대구에서 수술받고 투병하던 일
아기처럼 내게 많이 의지하셨네.
그러다가 7년 후 다시 폐암 진단받고 서울 신촌세브란스에서 수술을 받으셨는데
그해 여름 서울은 어찌나 덥던지 아직도 몸서리가 나는데,
그때마다 손목에 항상 이 시계가 있었어
매미가 자지러지게 울던 어느 날 쇠줄이 무겁다며 가벼운 시계줄로 바꿔달래서
낯선 신촌거리를 헤매다가 발견한 시계집에서 지금의 이 줄로 바꿔드렸는데
가볍다며 그렇게 좋아하시더니..
그해 가을 내손을 잡고 낯선 서울에서 돌아가셨지 지금 생각해도 서러워 눈물이 난다.
장례 끝나고 남편이 간직한 아버님 유품을 아들이 가져가 지금까지 간직한 것이다.
아버님 가시던 해 아들 나이 일곱 살
아직도 할아버지 생생하게 기억이 난다며 울컥해한다.
아버님은 손자를 너무 귀여워해 주셨어
오토바이에 항상 태우고 다니시고 장난감이며 신발 옷 철마다 손수 사주셨지
기저귀도 갈아주시고 모욕도 같이하시고...
지난 11월 3일은 아버님 기일이었는데 밤늦게 귀가한 아들 할아버지 젯상에 큰절 올리는 모습을 보니 듬직하기도 하고.
아버님께 술 한잔 올리고 속으로 아버님께 부탁을 했었다
"수능 무탈하게 잘 봐서 원하는 길로 가게 도와주세요"
아들이 살면서 멈출 때 제대로 멈추고 달릴 때 제대로 달리는 사람으로 살았으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