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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하기(숨은 글찾기)

새마을식당 짜장면.

 (새마을 식당 할매표 짜장면)

 

짜장면이 싫어지면 철이 든다. 왜 그런 말이 생겼는지 모르겠으나 난 아직도 짜장면이 싫지 않다
대체 언제면 짜장면이 싫어질까?
어쩌면 내 기억 속에서 아버지란 단어가 사라져야 가능한 일인지 모르겠다.


중3
고등학교 입학시험을 치기 위해 1박 2일 경주로 나왔다
첫날 예비소집 일은 선배 집에서 하루를 지내고
다음날 시험 끝나고 울퉁불퉁 비포장 길을 달려 고향으로 돌아왔다
겨울 막차답게 좌석은 드문드문 앉은 몇 사람을 제외하고는 텅비었다 라는 말이 옳을 것이다
지금도 그렇지만 날씨는 얼마나 영악한가?
입시를 어찌 알고 그렇게 장난을 치는지.
더구나 이틀 동안 텅빈 내 자취방은 생각만으로도 왕소금 같은 소름이 돋는다.
입김 호호 불며 도착한 고향
그런데 버스에서 내린 내 앞에 아버지가 서 계셨다.
그 반가움이란 ...
차에서 내리는 나를 아무 말씀도 않으시고
손을 꼭 잡아 주셨지
얼마나 따스하던지. 지금도 그 온기 남아있다.
내 손을 잡고 들어간 곳은 정류장 옆 짜장면집
장작난로 위에 노란주전자에는 보리차가 가쁜 숨을 몰아쉬고

그 옆에는 손에 밀가루 잔뜩묻은 주방장 겸 주인아저씨가 앉아 계셨지.
아버지는 내게 물어보시지도 않고
"간짜장 둘 주소" 하셨다
주방장이 내 온 짜장을 아버지의 거친 손으로 쓱쓱 비벼주셨는데,
그 맛이란..
내 생에 그렇게 맛난 짜장을 먹어 본적이 없었다.
가끔 아버지가 그리우면 난 짜장면을 먹는다.

 

성동시장 '새마을 식당"

새마을 식당 이름도 얼마나 정겨운가?
오늘 그곳에서 중3시절 먹었던 짜장 맛을 보았다
세상을 나온지 70년은 됨직한 할매가 쭈글한 손으로 만든 짜장면.
칼국수용 면에 툼벙 썬 감자 몇 조각 양파 몇 조각 그리고 춘장

그리고 고춧가루로 마무리..고춧가루는 개인적인 기호랑 아무 상관없이

할매가 그냥 뿌려주신다.
기름 좔좔 흐르는 중국집의 세련된 맛도 아니고
그저 쓱쓱~ 만든 할매표 짜장
꾸밈없고 담백하고 심심한 맛

짜장면 한 그릇을 앞에 두고 교차하는 만감은 이내 그리움으로 변하고...

 

성동시장 새마을 식당에는 2000원짜리 할매표 짜장이 있었다.
내가 철드는데 심한 방해를 할것같은 .
 

루이스 - 중화반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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