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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하기(숨은 글찾기)

어머님의 목욕

 

 

습자지에 물 스며든 듯 온몸이 축축하다.
어머님 목욕 아니 샤워라 해야 하나? 아무튼, 목욕을 시키고 나면

오뉴월 엿가락 늘어나듯 축축 늘어난다.
어머니와 나는 일주일에 2~3회 절에서 말하는 도반이된다.

 

목욕을 싫어하는 사람이 어디 있을까마는
어머님은 뜨거운 탕에 몸 푹 담그는 걸 좋아하셨는데
이젠 살아생전 꿈도 못 꿀 일이다
병이 야속하다 해야겠다

 

당뇨성 신부전증
현대의학으로 쓸 약이 없던 시점에 어머님은 신장투석을 결정했다
투석이란 인위적인 장치를 통하여 노폐물을 걸러내는 일을 말하는데
여기에는 두 가지 방법이 있다
하나는 혈관 투석
이틀에 한 번씩 병원 인공신장실에서 온몸의 혈을 다 걸러내는 방법이다
두 번째는 복막 투석
진공상태인 복막에 관을 삽입하여 투석액을 주입시켜 일정한 시간을 체류시킨 후 빼내는 방법
어머님은 복막 투석을 선택했다
집에서 한다는 장점과 통증이 거의 없다는 장점 때문에
문제는 여간 불편한 일이 아니다
목욕도 그중에 하나이다
관을 통해 이물질이 들어갈 수 있기에
주의가 필요하다
그 부분 연결관을 넣어 배에 부치는 봉지가 있는데 이걸 부치고 목욕을 해야 한다
본인 스스로 할 수도 없지만 해 주기도 힘든 일.
온몸을 어머님은 그렇게 내게 맡기는 것이다
수증기가 안개같이 싸인 좁은 욕실에서 어머님 목욕시키고 나면 흥건하게 젖는 것이다.

목욕을 끝내고 두세 컵 연거푸 마시는 얼음 냉수는
한겨울 개울물에 세수한 것 같은 청량감이 드는 것이다.

 

이 글을 읽는 분 중에 혹여 당뇨나 고혈압등
지병이 있는 분이 있다면
평소에 스스로 관리를 잘하기를 바란다.
운동 요법 식이 요법 약물 요법등
철저하게 관리한다면 극한 상황까지 가지는 않으리라


살아있음에 산 것이 아닌
먹지 말라는 음식(짠 음식, 생야채 과일 등)도 많고,

 아침저녁 인슐린 주사 맞아야 하고 6시간마다 투석해야 하고
어찌 살아있다 말하겠는가?

 

어머님 목욕을 마치고 냉수 마시고 나면 오랫동안 품고 있던 화두가 풀린듯 후련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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