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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와 음악

풍년/ 오승강

 
 
풍년

 

               詩: 오승강 


 
            
저녁상을 앞에 두고도
누구도 먼저 수저를 들지 않았다.
올해는 농사가 풍년이라서
고추도 작년 반 값 밖에 되지 않았고
담배도 등수가 훨씬 낮아진다고 했다.

 
나는 울 수가 없었다.
화자도 순옥이도
중학 안 간다며
요즘은 숙제도 해 오지 않았다.

 
중학을 왜 안 보내
다른 것은 못 해도
니 중학은 보내야제 하시던 아버지는
이래 농사 지어
남는 게 뭐 있나 하시며
한숨을 쉬시다가 천정만 쳐다 보시고
어머니는 올해는 할 수 없다
빚도 못 갚겠다 하시며
내 눈길을 피하시고

 
내일은 중학 원서 쓰는 날
풍년이 든 것이 원망스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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