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시와 음악

한가위를 맞이하는 마음과 마음




한가위를 맞이하는 마음과 마음
                                                 이채
       
      사는 일에 묻혀서
      안부를 묻기에도 바쁜 나날들, 그러나
      반가운 얼굴로 다시 만날 수 있는 명절의 기쁨
      부푼 마음에는 벌써부터 보름달이 뜹니다
       
      고향의 단풍은 여전히 곱겠지요
      이웃과 벗들이 정겨운 그곳엔
      나이를 먹어도 어릴적 꿈이 살아 숨쉽니다
      고향의 들녁은 언제나 풍요로운 가슴
       
      작은 선물을 준비하고
      정성스레 가을꽃 한송이의 리본을 달 때
      좋아하실까? 라는 생각
      엷은 미소지으며 설레이는 마음
      그동안 소홀했던 인사도 함께 포장합니다
       
      송편처럼 둥글게 빚은 마음으로
      우애를 다지며 모나지 않게 살기를
      기울면 차고, 차면 또 기운다는
      삶의 이치를 깨닫기까지 너무 많이 써버릴 시간들
      열어야 비로소 담을 수 있음을, 안을 수 있음을
      이제는 알게 하시어
      보름달처럼 멀리 비추는 겸허한 빛으로 살 수 있기를
       
      생각하면 그립고
      그리우면 눈물나는
      아버지, 어머니, 부를수록 부르면
      어두운 한켠이 서서히 환해지고
      비좁던 마음도 넓게 넓게 밝혀주시는
      보름달처럼 변함없는 사랑
      그 크신 사랑으로 맞이하는 한가위가 마냥 행복합니다


      향수 (鄕愁)

      詩 정지용 / 이동원 & 박인수


      넓은 벌 동쪽 끝으로
      넓은 벌 동쪽 끝으로
      옛 이야기 지줄대는 실개천이 휘돌아 나가고,
      얼룩백이 황소가
      해설피 금빛 게으른 울음을 우는 곳,

      ―그곳이 차마 꿈엔들 잊힐 리야.

      질화로에 재가 식어지면
      비인 밭에 밤바람 소리 말을 달리고,
      엷은 졸음에 겨운 늙으신 아버지가
      짚베개를 돋아 고이시는 곳,

      ―그곳이 차마 꿈엔들 잊힐 리야.

      흙에서 자란 내 마음
      파아란 하늘빛이 그리워
      함부로 쏜 화살을 찾으러
      풀섶 이슬에 함추름 휘적시던 곳,

      ―그곳이 차마 꿈엔들 잊힐 리야.

      전설 바다에 춤추는 밤 물결 같은
      검은 귀밑머리 날리는 어린 누이와
      아무렇지도 않고 예쁠 것도 없는
      사철 발 벗은 아내가
      따가운 햇살을 등에 지고 이삭 줍던 곳,

      ―그곳이 차마 꿈엔들 잊힐 리야.

      하늘에는 성근 별
      알 수도 없는 모래성으로 발을 옮기고,
      서리 까마귀 우지짖고 지나가는 초라한 지붕,
      흐릿한 불빛에 돌아앉아 도란도란거리는 곳,

      ―그곳이 차마 꿈엔들 잊힐 리야.


 



 

비가 다시 내립니다

 

고향 가시는 분들 안전 운전하시고

집에서 가족들 맞이하시는 분들

모쪼록 건강하시고

많은 정 가득 쌓으시길 바랍니다.

 

행복하고

풍성한 한가위 맞으시길 바래요.

 

 

'시와 음악' 카테고리의 다른 글

아름다운 나의 사람아/ 서하영  (0) 2008.01.27
부부의 일곱 고개  (0) 2007.10.17
풍년/ 오승강  (0) 2007.08.24
소풍 길  (0) 2007.07.13
아득하면 되리라  (0) 2007.04.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