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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와 꽃 이야기

사위질빵





 

 

비 오시는 날
넓은 벌에 자리 잡은 진평왕릉을 찾아 나선 길
스폰지에 물먹은 것 같은 왕릉의 잔디는
밟을 때마다 물이 청벙거린다
그날 뭉친 세 여인
우산을 쓰고 찰방거리는 왕릉을 둘러보는데

그 운치는 맑은 날과는 또 다른 맛이고 느낌이었으니

어디선가 솔솔 풍기는 향기
그 진원지는 능 가장자리 나무를 감고 피어있는 사위질빵이었다
밭둑에 논둑에 흔하게 자라는 야생초
그 야생초가 진평왕릉에 피었으니
셋째딸의 남편인 백제 무왕(서동)이 생각나더군
신라 역사상 가장 많은 공격을 한 백제왕이니
사위가 장인을 늘 못살게 굴었으니

이제라도 장인께 용서를 빌고 싶었던걸까?
역사의 아이러니인가?


이런저런 생각을 뒤로하고 돌아오는 길
길가에 소복한 여귀를 만나는 행복도 누렸다

비가 오나 눈이 오나 즐거운 경주
그 속에 내가 살고 있음이 감사하다

 

 

옛날부터 사위는 항상 장인이나 장모의 사랑을 받기 마련이었다.

그런데 옛날 우리 풍습에 가을철이면

사위는 처가의 가을 곡식을 거두는 일을 항상 도와주는게 상례였다.

다른 농부들과 같이 사위도 들에서 볏짐을 져서 집으로 들여와야 했다.

그런데 장인.장모는자기 사위를 아끼는 마음에서 사위에게는 짐을 조금 지게 하였다.

그러니까 같이 일하던 농부들이 이를 가리켜,

약한 사위질빵 덩굴로 지게의 질빵(멜빵)을 해 짐을 져도 끊어지지 않겠다고

비아냥 거렸던 것이다.

이렇듯 사위질빵이라는 이름은

이 덩굴이 길게 뻗어 나가기는 하지만 연약하다는 데서 비롯되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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