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아
아침에 널 깨우러 방에 갔다가 깜짝 놀랐다
이 추운 날 창문을 열어놓고 자는 널 보고
엉덩이가 싸늘하더라.
녀석아~~
피가 끓고 있냐? 늘 어린 줄 알았는데 다 컸네.
코밑이 거뭇하고, 여드름은 돋고 사라지고 저 혼자 난리고
더구나 변성기..목소리 때문에 동생이 늘 놀리잖아.ㅎㅎ
공부하기 힘들지?
학교 앞에 널 내려주고 출근하면서 보니깐
뜰에 “고선사 3층”석탑에 서리꽃이 하얗게 피었더라.
너는 저 탑을 본 적 있니?
아들아
고선사는 원효 스님께서 말년을 보낸 절이란다.
마당에 목탑(동탑)과 석탑(서탑)이 서 있었단다.
유일하게 목탑과 석탑이 함께한 절이라 전한다.
위치는 덕동댐 알지?
경주시민이 상수도로 이용하는 댐 그 댐 속에 수몰되었다
그 바람에 박물관으로 옮겨졌고.
저 탑은 감은사 삼층탑과 불국사 석가탑과 함께 통일신라시대를 대표하는 탑이란다.
웅장하면서 부드러운 선..
그 탑이 오늘은 쓸쓸해 보이네.
겨울찬바람이 불어오니깐 두고 온 고향생각이 나서일까?
아니면 원효스님의 쿨럭 거리는 기침소리가 그리워서일까?
사천왕처럼 듬직한 몸을 툭~~ 치면 울어버릴 것 같다.
아들아
멀지 않아 넌 내 곁을 떠나겠지?
어느날 엄마가 그리우면 올래?
경주시민을 위해 안방 내준 고선사탑은 갈 곳 잃었지만
네게는 영원한 연인이고 고향인 엄마가 있잖아
너가 춥지 않았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