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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하기(숨은 글찾기)

두부.

 

노란 콩을 씻어서 불리고, 맷돌이 등장하면

눈치 빠른 형제들 슬금슬금 다 도망가고 남은 한 사람이 잡혀 할머니랑 맷돌을

돌렸었지.

불린 콩은 왜 그렇게 갈기 어렵던지

의자를 들고 벌설 때 보다 팔은 더 아팠어.

가마솥에 불을 지피고 저어주다 끓으면

콩 갈은 걸 베자루에 넣고 눌러 짰지

그리고 그 뽀얀 콩물을 계속 끓이다 어느 순간에 간수를 넣으면

몽글몽글 엉기는 순두부가 되네.

그때면 맷돌 돌리며 아팠던 기억은 잊어버리고

신기하기만 했었지.

마당에 멍석이 깔리고 동네 분들 하나둘 모여들면

한 대접씩 순두부랑, 김이 모락모락 오르는 두부가 나오고

큰 양푼엔 김장김치 수북하고..

노루꼬리 만큼 짧은 겨울 해는 서산으로 모습 감춘지 오래되었네.

 

 

 엄마가 옆지기를 불렀네.

“안 바쁘면 잠시 왔다가시게..”

난 오랜만에 몸살이 단단히 났어, 누웠었고

딸이랑 남편이 친정엘 다녀왔네.

뭘 그렇게 보내셨는지.

무, 떡, 고추,상치,그리고 두부랑 비지..

종일 굶고 누워있던 난 두부를 보는 순간 어찌나 반갑던지

그 고소함은 종일 잃어버린 입맛을 돌려놓네.

‘아직 울 엄마 힘 있네..’

전화를 드렸네.

“힘 드는데 두부는 왜 만들었노..”

“내가 힘 있을 때 엄마가 만든 거 먹어봐야지 언제 먹어볼래?

심심하기도 하고..“

그렇게 자식 얼굴 한 번 더 보고 싶었나보다.

노인네..

 

외할머니 두부 맛이 최고라는 아이들

빈 석에 삼킨 몸살약이 효과를 내는지

엄마 두부가 특효약인지

몸도 마음도 개운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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