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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하기(숨은 글찾기)

감꽃 필 무렵

 

 

감꽃 필 무렵


        글/햇빛


고향집 마당에는 잘생긴 감나무가 한 그루 있었다.

집의 대들보처럼 집을 지키던 나무. 푸르고 싱싱한 잎 가득 했고,

가을이면 감이 주렁주렁 익어 맛난 홍시 가득했던 감나무..


지금처럼 감꽃이 한창일 때는  농촌에는 모내기 때문에 가장 바쁜 철이다.

작은 마을이라 동네사람들 품앗이를 했는데

집집마다 돌아가며 모내기를 했었다.

우리 집 암소.. 날마다 논갈이에 살이 쏙 빠지고

그 모습 안쓰러워. 콩이며.. 감자 .넣고 푹 끓여 소죽 끓여 먹이시던 할머니.


우리 집 차례가 되면 엄마는 시오리길 걸어가셔서 시장을 봐오시고는

종일 음식장만에 분주하셨고

아랫목에는 시큼한 동동주 뽀글뽀글 익어갔었다.

엄마 새참이고 가시면 누란 주전자에 막걸리 가득 담아들고

졸졸 따라 나선 길.

길옆에는 복분자 빨갛게 익어 새콤달콤 맛을 자랑하고

논둑에 앉아 먹던 국수 맛은 지금까지 먹었던 국수중에 최고였다.

논에는 못줄이 팽팽하게 걸리고 어른들 줄지어 엎드려 모를 심었었고

목청 좋으신 분 한분 농요를 구성지게 부르셨다.

점심때가 되면 감나무아래 점심상 차려지고

잔치 집 분위기였고, 울 아버지 감나무 아래 놓인 평상에 꿀잠도 한잠 주무셨다

새까만 다리에 묻은 흙을 떼내며 장난쳤던 코흘리게 시절..


감나무에는 풍년을 약속하듯 감꽃이 하얗게 피어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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