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생각하기(숨은 글찾기)

절이 된 옛집에서.

 

 

 

옥상 장독대가 있었던 자리엔 법당이 되었다.

 

가족들 오후에 나들이 간 석굴암 오색연등 빼곡하게 달려있다.

운무가 흐르는 석굴암 한치 앞이 안 보일 지경인데 사람들 인산인해를 이룬다.

 

 

 

 

 

 

 

 

 

 

절이 된 옛집엔 초파일을 맞아 불두화 흐트러지게 피어 있었다.

마당에 연등이 달리고 여기저기 사색을 즐기는 사람들

부엌에는 보살님들 분주한 손길 법당에는 화사한 꽃과 스님의 독경소리.

멀지 않은 이곳까지 오기가 왜 그렇게 어렵던지

함께 간 막내동서 기어이 눈물을 흘린다.

 

내가 결혼을 막 했을 때 막내 시동생 집을 짓기 시작햇다.

가족들 얼씬도 못하게 하고 혼자 자재를 구입하고 설계를 하고

성격은 대단해서 그 누구의 충고도 들으려 하지 않았던.

그렇게 5년 만에 완성한 집

그러는 동안에 시어른 밭 팔고 논 팔고.. 여기저기 대출을 내고

입주해서 시동생은 결혼해서 첫 아이를 낳았고

내 시어른 그 집을 바라보며 돌아가셨고...

그런 집에 시동생은 오래 살지를 못하고 2년을 살았다

무리하게 사업을 벌여 맨몸으로 나오게 된 집은 이 사람 저 사람을 거쳐 절이 되기까지

사연도 많았고 우리 가족에겐 아픔이 많은 집

시동생이 집을 잃고 아버님마저 돌아가시고 남편은 극심한 스트레스로

머리카락 여기저기 빠지는 원형탈모를 앓았다 최근까지 한 가정의 장남은 그런건가 보다.

얼마나 힘들었는지 지금 생각해도 가슴이 무너진다.

 

옛집 마당에는 남편이 심은 호두나무도 석류나무도 사라지고

불두화 울울창창 꽃을 피워 온 절집이 환하다.

아버님 텃밭이었던 뒷켠에는 잔디와 소나무가 심어져 있고

어머님 콩이며 들깨 심으셨던 그 자리에는 형형색색 꽃이 가득하게 피어 있다.

법당에 서 있는데 오만가지 생각이 차올라 감회가 새롭다

옥상의 장독을 깨서 내게 무지 혼났던 아들은 이제 대학생이 되었고

세월이 흐르니깐 아픔이 무디어지고 진한 기억도 차츰 흐려지는데

우리가족 많이 아팠던 집 이젠 아픔은 다 잊고

불 밝혀 환한 연등처럼 많은 사람들 마음 내려놓고 의지하는 의지처가 되길 소망해본다.

 

 

 

 

 

 


'생각하기(숨은 글찾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꽃과 함께하는 어버이날 아침.  (0) 2012.05.08
느리게 살려고.  (0) 2011.12.23
친구야 넌 아니?  (0) 2011.02.08
어느새 한해가 저물어 갑니다.  (0) 2010.12.14
난 그랬으면 좋겠다.  (0) 2010.11.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