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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와 음악

남가일몽 (南柯一夢) / 정일근

 


      

          남가일몽(南柯一夢)의 꿈

 

                           부제: 경주남산

 

                                        시...정일근

 

 

 

     꿈없이 사는 삶이 어디 있으랴만,

     내 어린 시절부터 꾸었던 꿈은 시인,

     지금도 시인의 꿈을 꾸고 있으니, 무릇 시인이란

     꿈을 꾸는 사람, 경주 남산의 돌부처 속으로 들어가

     심장에 더운 피를 돌게하고, 잠든 돌들의 잠도 깨워

     천 년 꿈을 노래 부르게 하는 사람

 

 

     꿈이란 용장사터 삼층석탑 위로 아득히 흘러가는

     한여름 구름 같은 것이라고, 혹은 천룡사 빈터로 거둘 것 없는

     가을 홀로 지는 저녘놀 같은 것이라고, 그대는

     낮게 낮게 속삭여 주지만, 사람의 삶도 한낱

     꿈과 같은 것, 자고 깨는 짧은 꿈과 나고 죽는 긴 꿈 속으로

     오늘도 나는 걸어가고 있으니

 

     어느날!

     시를 쓰는 이 긴 꿈에서 깨어나면, 못다 꾼 시인의 꿈을

     꿈밖의 또다른 내가 얼마나 허전해하랴,

     더운 여름날 잠시 잠깐 모감주나무 황금빛 꽃이

     기쁨으로 피어나듯,

     나 역시 남산 산그늘에 머물며 남가일몽 같은 꿈속을

     살다 갈지라도, 시는 내 꿈이니, 정녕 깨기 싫은 내 꿈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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