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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와 음악

낙타/ 신현림

 

 

낙타
   시: 신현림
낙타를 타고 가리라, 저승길은

별과 달과 해와

모래밖에 본 일이 없는 낙타를 타고.

세상사 물으면 짐짓, 아무것도 못 본 체

손 저어 대답하면서,

슬픔도 아픔도 까맣게 잊었다는 듯.

누군가 있어 다시 세상에 나가란다면

낙타가 되어 가겠다 대답하리라.

별과 달과 해와

모래만 보고 살다가,

돌아올 때는 세상에서 가장

어리석은 사람 하나 등에 업고 오겠노라고.

무슨 재미로 세상을 살았는지도 모르는

가장 가엾은 사람 하나 골라

길동무 되어서.


 

 

인생은 사막이다. 
사람은 누구나 자기 인생의 사막을 통과해야 한다. 
그 사막에 낙타 한 마리 없다면 
얼마나 쓸쓸하고 황폐하겠는가. 
시인에게 있어 낙타는 곧 시다. 
이 시는 낙타를 타고 영혼의 사막 위를 걸어가면서 
고통의 얼굴보다 긍정의 얼굴을 보여준다. 
인생의 바닥을 대면하면서 참다운 자신과 
만나고 있는 마음이 무위에 이르렀다. 
이제 버릴 것은 다 버리고 초연하다. 
언젠가 몽골의 고비사막을 지나다가 
야생낙타 한 마리를 본 적이 있는데, 
그 낙타가 바로 저승길을 오가는 시인이었구나. 
                                    - 정호승 <시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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