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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경

구절초야 !!

 

 (내 손에서 구절초 향기 오랫동안 가득했지..)

 

손에 잡힐 듯 가까운 산에 옹골찬 알밤이 뚝뚝 떨어지면
학교에서 돌아오자마자 가방 던져두고 코흘리개 친구들 우르르 앞산으로 내 달렸지.
다람쥐 입처럼 주머니가 불룩해지면 한 알씩 꺼내 먹는 밤 맛.
그 고소한 맛은 가을이 깊어감을 말해주는 거였네.
붉게, 노랗게 물드는 나뭇잎도 고왔지만
온 산에 흐드러지게 핀 구절초는 풀풀 뛰던 나를 꼼짝 못하게 하는 강한 힘을 가졌지.
앙증맞은 얼굴에 엄청난 향기. 쌉싸래한 그 맛

 

 (구절초야~~구절초야~~)


울 할매는 구절초를 캐서 가마 솥에 푹 고아서 가을내내 한 사발씩 주셨지.
숭늉처럼 마셨네. 그 한 사발이면 겨우내내 감기 없이 보낸다시며..
 그때는 그게 귀한 건 줄 진정 몰랐네. 온 산에 지천이었 으니깐.
가을을 사십 번 보내고야 그게 얼마나 귀한 건 줄 알았다네.
지금은 철마다 약초를 다려주시던 할매도 안 계시고
산천을 헤매던 친구도 다 흩어져 버렸다네.

 

 

어제 퇴근길에 구절초를 만나고 보니
지난 세월 가을이 서럽도록 그립더군
해 넘어간 시간에 구절초 앞에서 그 향기 애써 외면하고 싶었네.

향기를 맡으면 두고 온 고향 산천과

그 언덕에 주무시는 할매와 밤처럼 고소하고 풋풋하던 추억이

감당하기 힘 들것 같아
그런데~ 향기 맡지도 않았는데 눈물이 먼저 나더군.

얄밉도록 고운 구절초 앞에서 주르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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