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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하기(숨은 글찾기)

셋방살이

 

(괭이밥풀꽃..노란 저 얼굴이 너무나 귀엾다)

 

 저 당당한 얼굴 좀 보소
뿌리내릴 흙 한 줌 없이 남의 집에 세들어 살면서
당당한 저 모습이 오히려 귀엾다
하긴 가진 살림없다고 고개 떨군것보다 훨..낫다.
군자란 화분에 세들어 산지 몇 해던가?
해마다 작은 얼굴 쏙 내밀어주니 미워 할수 도 없잖아.ㅎㅎ

 

여고 때 자취하던 앞집에 세들어 사는 신혼 부부가있었다
시장통에서 포장마차를 하며 살아가던 부부
날마다 주인집이랑 싸우던
"기저귀를 마당에서 빨면 더러워서 우짜노?.."
"저것들 좀 치워라..지저분해서 원."
"집을 세 줄라면 수도를 따로 넣어야지 기저귀 어디서 빠노?"
"돈 많거든 그런 집으로 이사를 가던가."

새댁은 서러워 울고,남편은 술에 취해서 소리 지르고
아기는 놀라서 울고..
집 가진 유세 대단했고, 없는 서러움 팔자만 탓하던..

 

지난 해 시장을 지나는데"학생"하고 부른다
붕어빵 아줌마가 웃으며 나를 부르는 소리
"내 알지요"
"아..네"
앞 집 새댁이었다
지천명을 넘긴 얼굴에는 삶의 이력이 다 보인다
억지로 손에 쥐어주는 붕어빵
난 그렇게 맛없는 붕어빵은 처음 먹어 본 듯하다
"우리 아저씨는 저기서 과일팔고 아이들 셋은 다 컸어요"
아직도 그 동네 언저리에서 셋방을 산단다
"방이 두개나되고.."
참 모진 세월을 살아온 부부는 아이가 셋
한 칸 방에서 방 두 칸짜리 전셋집으로 옮겼으니...

 

뿌리 내릴 흙 한 줌 없이
당당한 저 녀석을보니 붕어빵 아줌마 얼굴이 떠 오른다
시 "삶의 바다"는 그때 쓴 글이다.

 

 

돛도 없고 닻도 없이

태산같이 밀려오는 두려움을

뼈가 으스러지도록 맞서는 삶입니다

 

몸부림칠수록

뻘 속 깊이 박히는 질척한 한 생을

가랑잎처럼 흔들리는

몸 하나로 버텨왔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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