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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와 음악

겨울 강가에서


 
겨울 강가에서
 
글/ 안도현
 
어린 눈발들이, 다른 데도 아니고 강물 속으로 뛰어내리는 것이 그리하여 형체도 없이 녹아 사라지는 것이 강은, 안타까웠던 것이다 그래서 눈발이 물위에 닿기 전에 몸을 바꿔 흐르려고 이리저리 자꾸 뒤척였는데 그때마다 세찬 강물소리가 났던 것이다 그런 줄도 모르고 계속 철없이 철없이 눈은 내려, 강은, 어젯밤부터 눈을 제 몸으로 받으려고 강의 가장자리부터 살얼음을 깔기 시작한 것이었다
 

 

유난히 약하게 태어난 막내 동생은

울 엄마의 제일 아픈 손가락이다.

늘 약을 달고 살았고, 갑자기 추워지거나, 더워지면

경기를 일으켰고 그럴 때마다 부모님 종종거리며

산에서 들에서 약초를 구해오셨다.

어느 해 겨울엔 울 엄마

맨발로 뒷산에 올라가서 약초를 캐 오신 기억이 아직도 선명하게 떠오른다.

척박한 산골 살이.. 대책 없이 아픈 어린자식

그 동생이 자라서 서른이 되었다

먼 타향에서 혼자 살고 있는 막내

엄마는 늘 그리워하며 아파하신다.


안도현 시 “겨울 강가에서”를 볼 때마다

아릿한 마음이 가득하다

겨울의 강은 내 부모님 같은 심정이리라

대책 없이 아프기만 한 어린자식


마당에 농사지어 거둔 배추 수북이 쌓아두고

따슨밥 지어놓고 나를 기다리신 어머니

“막내가 김장김치를 좋아하는데..”하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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