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생각하기(숨은 글찾기)

한 여름밤의 이사

 수반에서 자라는 모습

 뿌리 내림과 어린 생명

 이사한 화분..잘 자라겠지요

 어린 생명을 떠나 보내고...

( 보너스..어젯밤 형산강에서 누가 꺾어서 버린 달맞이꽃 화병에 꽂았다

               향기가 죽여준다)

 

 

 형산강 산책을 마치고
개운해진 마음으로 베란다에 앉았는데
더위에 지친 화분들이 눈에 들어온다
하나씩 정리하다 눈에 띄는 녀석이 있었으니
바로 산세베리아

 

지난 4월 어느 날
두 조카가 놀다가 줄기 두 개를 부르뜨리는 대형사고(?)가 일어났었다
10분 동안 손들고 서 있기에 이어서 반성문 쓰는 걸로 그날의 벌은 마무리되었고
녀석들이 하나씩 들고 수반에 꽂았었다
그 녀석이 물속에서 뿌리를 내리더니 저렇게 귀여운 아가가 태어났다

 

선선한 가을쯤 화분에 옮기려 맘먹었는데
어젯밤 그 마음 모래성같이 무너졌으니
바로 화분을 준비하고, 흙을 채우고
모체와 분리시켜 옮겨심었다
일사천리로,

 

이 무더운 여름 한밤에 이사를 단행했으니
미안한 마음이 드네

원래 땅이 고향이니 언제까지 물속에서 살 수 없음을, 고향으로 돌려
보내는 심정으로 이사를 했으니
그리 알라 통보하고
태어나 처음으로 땅에 뿌리내린 소감을 물었더니
어린 녀석들 아무 말도 안하네..삐쳤나?
하긴 다들 물을 찾아 떠나는데 도로 물에서 건졌으니..

 

매미녀석들 아침부터 요란하다
아무리 한철이지만 좀 참지
한밤에 느닷없이 이사한 녀석들이 곤히 잠들었는데
그 잠을 다 깨웠잖아..

 

 


 

 

'생각하기(숨은 글찾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포도  (0) 2007.08.28
사춘기  (0) 2007.08.21
아버지와 산딸기  (0) 2007.06.29
우리나라  (0) 2007.05.25
한 잔의 차  (0) 2007.05.15